팽후(彭侯)는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나무의 정괴(精怪, 정령)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중국의 고대 설화에서 전승되어 온 존재로, 오늘날에도 동아시아의 요괴 관련 문헌과 대중문화에서 두루 언급되고 있다.
고대 중국의 기록에 따르면, 수령이 1,000년이 넘은 나무에 팽후가 깃든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출처인 『수신기(搜神記)』에는 오(吳)나라 사람 육경숙(陸敬叔)이 아름드리 녹나무를 베는 과정에서 나무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사람의 얼굴을 한 개와 같은 모습의 팽후가 튀어나왔으며, 이를 잡아 삶아 먹었더니 개고기 맛이 났다는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같은 책에서는 상서로운 짐승인 백택(白澤)이 진술한 마물 목록에 팽후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한다.
팽후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북소리'를 뜻하는 팽(彭)과 '후작'을 의미하는 후(侯)가 결합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시되기도 하나, 이는 학계에서 확정된 정설이라기보다는 한 가지 가설에 해당한다.
팽후는 에도 시대 일본에도 전해져 『고금백물어평판』, 『화한삼재도회』, 『금석백귀습유』 등의 문헌에서 중국의 요괴로 소개되었다. 『화한삼재도회』에서는 팽후를 '목매(木魅, 나무도깨비)'로 풀이하였다. 일본에서는 산중의 메아리 현상을 설명하는 야마비코(山彦) 요괴를 나무의 영으로 간주하기도 하여, 팽후를 야마비코와 동일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일부 학설에 따르면, 일본의 그림 자료에 등장하는 개 같은 모습의 야마비코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인면견(人面犬) 형태의 팽후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대에 들어 팽후는 일본의 만화·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작품에서 '호우코우(ホウコウ)'라는 일본식 독음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는 고대 중국의 전승이 일본을 거쳐 현대 대중문화에까지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팽후는 단순한 허구적 창작물이 아니라 『수신기』를 비롯한 고문헌에 기록이 남아 있는 전통적인 설화의 소재로, 중국신화와 일본 요괴 문화 양쪽에서 고유한 위상을 지닌 개념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외형 묘사나 성격에 대해서는 문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며, 현대적 의미의 실존 생물이나 과학적 개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