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딘(Paladin)은 중세 및 초기 근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존재한 고위 기사, 또는 프랑스 이야기(샤를마뉴 대제 전설)에 등장하는 샤를마뉴 궁정의 12명의 최정예 기사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단어는 《롤랑의 노래》 등 초기 무훈시(무훈가)에서 처음 발견되며, 유럽에 침공한 사라센인(이슬람 세력)에 맞서는 기독교적 용맹을 대변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어원
팔라딘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팔라티누스(palatinus)'에서 파생된 프랑스어 'paladin'을 통해 영어로 유입되었다. '팔라티누스'는 로마 제국 시기 팔라티노 언덕(Palatinus mons)에 위치한 황제의 궁전과 관련된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이후 궁전에서 기거하며 왕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고위 궁정 관료나 기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발전하였다. 영어로는 1592년 사무엘 다니엘의 시에서 최초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13세기 무렵 유럽 각국 언어에서 샤를마뉴의 동료 기사들을 특별히 지칭하는 단어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탈리아어 '팔라디노(paladino)', 현대 프랑스어 'paladin', 스페인어 'paladín' 또는 'paladino' 등으로 사용되었다.
역사적 배경
팔라딘 개념의 역사적 배경은 778년 롱세보 고개 전투와 8세기 프랑크 왕국과 우마이야 칼리파조의 충돌 같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나, 현대에 널리 알려진 팔라딘의 이미지와 이야기는 거의 전적으로 후대의 문학적 창작에 의한 것이다. 로마 제정 시기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기존의 근위대(프라이토리아니)를 해체하고 팔라티노 언덕의 이름을 따 새로운 친위대인 '팔라티나'를 창설하였으며, 이 전통이 중세 궁정 기사 개념과 결합하여 팔라딘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프랑크 왕국이 교황에 의해 새로운 서로마 제국으로 인정받은 이후, 프랑크 국왕 직속 기병대원에게 팔라딘 명칭이 사용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롤랑의 노래》 등에 등장하는 샤를마뉴의 12기사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카롤루스 왕조 이후 신성 로마 제국과 프랑스 왕국 등 유럽 각국에서는 군주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궁정 기사나 교회를 수호하는 고위 기사 및 귀족에게 팔라딘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교황청에서는 평신도 기사 중 교황의 명을 받아 교황청을 수비하거나 재판을 실시하는 역할을 담당한 자들을 팔라딘이라 불렀으며, 이단심문관(인퀴지터) 중 상당수도 팔라딘 출신이었다. 중세 봉건 사회가 해체되고 교황의 권력이 약화되면서 팔라딘의 영향력도 줄어들었으나, 조직 자체는 교황청 방위를 담당하는 한 축으로 존속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무렵에는 베니토 무솔리니가 교황청 합병을 시도하자 팔라딘은 스위스 근위대와 함께 교황청을 방어하기도 했다. 이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예비군 형태로 전환되어 유지되고 있다.
현대적 용법
현대에는 문학, 게임, 대중문화 등에서 '신을 섬기며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사', 즉 '성기사(聖騎士)'를 의미하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원래의 역사적 의미(왕의 친위대, 고위 궁정 기사)보다 후대 창작물을 통해 정착된 이미지이다. 또한 어떤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데에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