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론(pylon)은 건축 분야에서 고대 이집트 신전의 기념비적 관문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고대 이집트어 음가는 'bxn.t'로 알려져 있으며, 헬레니즘 시기 이후 고대 그리스어 '퓔론(πυλών, 관문)'으로 불린 것이 오늘날 명칭의 기원이 되었다.
파일론은 두 개의 피라미드형 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탑은 위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다가 코니스(cornice)로 마감된다. 두 탑 사이에는 조금 낮은 구역을 두어 그 사이로 신전 입구가 연결된다. 신전의 입구는 일반적으로 탑 높이의 절반 정도로 조성되었다.
고대 이집트 종교에서 파일론은 해가 뜨고 지는 두 언덕을 묘사한 신성문자 '아크헤트(akhhet, 지평선)'를 반영한 건축물로 이해되었다. 아크헤트는 지평선을 의미하였으며, 태양이 매일 새롭게 떠오른다는 인식을 반영한 파일론은 재창조와 재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였다.
파일론은 공공 건물인 신전의 전면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파라오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기도 하였다. 필라이(Philae)에 있는 이시스 신전의 첫 번째 파일론에는 호루스와 하토르가 바라보는 가운데 파라오가 적을 무찌르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파일론의 대표적인 예로는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 그리고 에드푸 신전 등을 들 수 있다. 파일론의 꼭대기에서는 종종 아문 신에 대한 예배가 행해졌으며, 대개의 경우 파일론 앞에 한 쌍의 오벨리스크를 세웠다.
양 옆의 탑에는 깃대를 고정할 수 있도록 벽 외부에 표준적인 수직 홈을 두었고, 일부 탑에는 내부 계단과 방이 놓이기도 하였다. 온전하게 보존된 파일론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들로는 기원전 13세기에서 기원전 12세기 무렵의 이집트 신왕국 시대 영묘 신전과 관련된 것들이 있다.
현대 건축에서는 파일론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확장되어, 전선을 지지하는 송전탑이나 다리의 교각, 특정 구조물 공사에서 거더(대들보)를 받치는 기둥 등 모든 종류의 지지탑을 두루 일컫는 말로도 사용된다. 또한 근대에 들어 고전 시대에 대한 동경이 일면서 신고전주의와 이집트 재현 건축 등에서 파일론의 형태를 재현하기도 하였다. 18세기 영국의 신사 클럽이었던 부들즈(Boodle's)의 클럽 회관이 이러한 형태의 사례이며, 1930년 완공된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교각도 이집트 파일론을 재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