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잔 5(Terzan 5)는 우리 은하(은하수)의 팽대부(bulge)에 위치한 항성계로, 과거에는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으로 분류되었으나 이후 '팽대부 화석 조각(bulge fossil fragment)'이라는 새로운 범주로 재분류된 천체이다. 1968년 프랑스계 아르메니아인 천문학자 아고프 테르잔(Agop Terzan)이 발견한 여섯 개의 구상성단 중 하나로, 처음에는 '테르잔 11'로 명명되었다가 이후 테르잔 5로 재명명되었다.
위치와 물리적 특성
테르잔 5는 궁수자리(Sagittarius) 방향, 은하 중심 방향에 위치하며 지구로부터 약 18,800광년(약 5.9킬로파섹) 떨어져 있다. 은하 중심 방향의 성간 소광(extinction)이 심한 지역에 있어 관측이 어려운 천체로 알려져 있다. 이 항성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200만 배에 달하며, 지름이 수십 광년에 불과한 작은 영역에 밀집되어 있어 은하 내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항성계 중 하나로 꼽힌다. 중심부의 항성 밀도는 은하 내 구상성단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별의 다중 세대와 재분류
200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테르잔 5는 서로 다른 나이와 화학 조성을 가진 최소 두 세대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한 세대는 약 120억 년 전에 형성되었고, 다른 세대는 약 45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구상성단은 단일한 세대의 별들로 구성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테르잔 5는 붕괴된 왜소은하의 핵이거나, 은하 팽대부 형성 과정에서 남은 원시 구성 블록의 잔재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2026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과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의 관측 데이터를 결합한 연구에서는 테르잔 5가 최대 네 세대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테르잔 5는 '팽대부 화석 조각'이라는 새로운 범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되었다. 현재까지 이와 유사한 천체로는 릴러 1(Liller 1)이 알려져 있다.
펄서와 X선 천체
테르잔 5는 2023년 12월 기준으로 49개의 밀리초 펄서(millisecond pulsar)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은하 내 구상성단 중 가장 많은 수치이다. 실제 펄서 수는 200개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이 중 PSR J1748-2446ad는 초당 716회 회전하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빠른 밀리초 펄서이다.
또한 테르잔 5는 1980년에 발견된 X선 버스터(X-ray burster)와 약 50개의 약한 X선 천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는 저질량 X선 쌍성(LMXB) 또는 준신성 변광성(cataclysmic variable)일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많은 X선 천체와 펄서가 존재하는 것은 중심부의 높은 항성 밀도로 인한 잦은 항성 충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감마선 방출
테르잔 5는 수 GeV에서 수십 TeV에 이르는 고에너지 및 초고에너지 감마선을 방출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고에너지 감마선은 다수의 밀리초 펄서의 자기권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초고에너지 감마선은 펄서에서 방출된 상대론적 전자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를 역컴프턴 산란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테르잔 5는 은하 팽대부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천체로, 은하 진화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