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털모양별아교세포종(Pilocytic astrocytoma)은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신경교종(glioma)의 한 유형으로, 별아교세포(astrocyte, 성상세포)에서 기원하는 경계가 뚜렷한 저등급 뇌종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중추신경계 종양 분류에 따르면 1등급(grade I)에 해당하는 양성 종양으로, 소아 및 젊은 성인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신경교종이다. 과거에는 "연소성 털모양별아교세포종(juvenile pilocytic astrocytoma)" 또는 "낭성 소뇌 별아교세포종(cystic cerebellar astrocytoma)"으로도 불렸으나, 현재는 이러한 명칭이 권장되지 않는다.
명칭의 유래
"털모양(pilocytic)"이라는 명칭은 현미경적 관찰 시 종양 세포가 머리카락과 같은 가늘고 긴 돌기(piloid process)를 형성하는 특징적 형태에서 유래한다. 영어 "pilocytic"은 라틴어 "pilus"(털)와 그리스어 "kytos"(세포)의 합성어이다. 한국어 의학 용어로는 "털모양별아교세포종" 외에 "모양성상세포종(毛樣星狀細胞腫)"이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역학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은 생후 첫 20년 동안, 특히 5~14세 소아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이며, 성인에서는 발생 빈도가 현저히 감소한다. 전체 소아 뇌종양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소아에서 가장 흔한 신경교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산발적으로 발생하나, 유전 질환인 신경섬유종증 1형(NF1)과 연관되어 발생하기도 하며, NF1 환자에서는 특히 시신경교종(optic nerve glioma)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병리학적 특징
육안 및 현미경 소견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은 일반적으로 경계가 명확한 종괴를 형성하며, 낭성(cystic) 부위와 고형 결절(mural nodule)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현미경적으로는 두 가지 상이한 조직 패턴이 공존하는 "이상성(biphasic)" 구조를 보인다:
- 치밀섬유성 영역(compact fibrillary area): 방추형 세포들이 다발을 이루며 밀집된 부위로, 로젠탈 섬유(Rosenthal fiber)가 관찰된다.
- 해면상 영역(spongy area): 성긴 망상 구조를 보이며, 호산성 과립소체(eosinophilic granular body, EGB)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그 외에도 유리질화된 혈관(hyalinized vessel), 미세혈관 증식(microvascular proliferation), 다핵세포(multinucleated cell) 등이 관찰될 수 있으며, 이러한 소견이 반드시 악성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자유전학적 특징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은 MAPK/ERK 신호전달경로의 활성화 변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는 KIAA1549-BRAF 융합 유전자로, 7번 염색체의 직렬 중복(tandem duplication)에 의해 생성되며 전체 사례의 약 60~70%에서 확인된다. 그 외 BRAF V600E 점돌연변이, NF1 유전자 변이 등도 일부 사례에서 발견된다. 2021년 WHO 중추신경계 종양 분류에서는 이러한 분자유전학적 표지자를 진단 기준에 통합하고 있다.
발생 부위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은 중추신경계의 별아교세포가 존재하는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호발 부위는 다음과 같다:
- 소뇌(cerebellum): 가장 흔한 발생 부위
- 시신경 경로(optic pathway): 시신경교종의 형태로 나타나며, 특히 NF1 환자에서 호발
- 뇌간(brainstem) 근처
- 시상하부(hypothalamic region)
- 대뇌 반구(cerebral hemisphere) 및 척수(spinal cord): 비교적 드물게 발생
임상 증상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종양의 종괴 효과(mass effect)로 인한 두개내압 상승과 관련된다:
- 두통(headache)
- 오심 및 구토(nausea and vomiting)
- 보행 장애 및 균형 이상
- 시각 장애(안구진탕 포함)
- 사경(torticollis, 목 기울어짐)
- 과민성(irritability)
- 성장 장애(체중 증가 또는 감소 부진)
- 시상하부 침범 시 조기 사춘기(premature puberty)
진단
진단은 임상적 평가, 영상의학적 검사, 그리고 조직병리학적 확진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 영상 검사: 자기공명영상(MRI)이 표준 검사로, 조영증강 MRI에서 낭성 병변과 조영증강되는 벽재결절(mural nodule)이 특징적 소견이다. CT에서는 저밀도 종괴로 관찰된다.
- 조직 검사: 정위적 생검(stereotactic biopsy) 또는 수술 중 채취한 조직을 신경병리학자가 검사하여 확진한다.
치료 및 예후
치료
치료의 일차적 선택은 완전 외과적 절제(gross total resection)이다.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은 경계가 명확하여 접근 가능한 부위에 위치한 경우 완전 절제가 가능하며, 완전 절제 시 추가 치료 없이도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완전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뇌간, 시신경 교차 등 중요 구조물 인접 시)에는 다음의 보조 요법이 고려된다:
- 화학요법(chemotherapy): 소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며, 카보플라틴(carboplatin)과 빈크리스틴(vincristine) 병합요법 등이 사용된다.
-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 소아에서는 장기적 신경인지 부작용을 고려하여 가능한 한 지연하거나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예후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은 WHO 1등급 종양으로 예후가 매우 양호하다. 완전 절제가 이루어진 경우 10년 생존율이 약 92% 이상으로 보고되며, 재발률도 낮다. 불완전 절제된 경우에도 종양의 성장 속도가 느려 장기간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 악성 변환(malignant transformation)은 극히 드물다.
변종
- 털모양점액성별아교세포종(pilomyxoid astrocytoma): 털모양별아교세포종의 변종으로, 주로 시상하부/시신경교차 부위에서 발생하며 영아기에 호발한다. 조직학적으로 점액양 기질(myxoid matrix)이 풍부하고 단조로운 양극성 세포들이 혈관 주위로 배열되는 특징을 보인다. 전형적인 털모양별아교세포종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임상 경과를 보일 수 있다.
같이 보기
- 별아교세포종(astrocytoma)
- 신경교종(glioma)
- 신경섬유종증 1형(NF1)
- WHO 중추신경계 종양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