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칠성장어(학명: Entosphenus tridentatus)는 칠성장어과(Petromyzontidae) 태평양칠성장어속에 속하는 무악어류(턱이 없는 원시 어류)의 일종이다. 영어권에서는 Pacific lamprey, 세이빨칠성장어(three-tooth lamprey)라고도 불린다.
분류 및 형태
1836년 리처드슨(Richardson)에 의해 최초로 기재되었다. 성체는 최대 약 80cm까지 자라며, 몸은 가늘고 길쭉하다. 등 쪽은 청흑색 또는 녹색을 띠고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입은 턱이 없는 빨판 구조로 되어 있으며, 위턱뼈 부위에 3개(드물게 2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있고 각 측판에도 3개의 날카로운 돌기가 있어 '세이빨칠성장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서식지 및 분포
태평양 연안에 접한 북아메리카 해안(알래스카에서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과 아시아 대륙 해안(베링해 연안)에 분포한다. 주요 하천 시스템으로는 프레이저강, 컬럼비아강, 클래머스강, 이일강, 새크라멘토-샌와킨강 등이 있다. 바다에서는 수심 1,508m까지 발견되며 주로 연안에 서식하지만 먼바다에서도 포획된 사례가 있다.
생태 및 생활사
태평양칠성장어는 소하성(anadromous) 어류로, 일생에 한 번 산란 후 죽는 단회생식(semelparous) 특성을 가진다. 생활사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 알(난): 민물 하천에서 산란되며, 수온 약 15°C에서 약 19일 후 부화한다.
- 유생(ammocoete): 부화 후 하류의 느린 물살과 미세한 기질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굴을 파고 서식한다. 여과섭식자로서 조류(algae), 유기물 찌꺼기(detritus), 미생물을 먹으며 3~7년(최장 17년 이상 기록) 동안 민물에서 생활한다.
- 변태(metamorphosis): 여름부터 겨울에 걸쳐 수개월간 진행되며, 눈과 뚜렷한 입 구조, 이빨이 발달한다. 피부색이 갈색에서 청흑색으로 변화한다.
- 성체(juvenile/adult): 변태 후 바다로 이동하여 다른 대형 어류나 향유고래 등에 달라붙어 피와 체액을 빨아먹는 기생 생활을 한다. 바다에서 1~2년간 성장한 후 산란을 위해 다시 민물 하천으로 회귀한다.
- 산란 및 폐사: 연어와 유사한 서식지의 작은 자갈 바닥에 둥지(redd)를 짓고 암컷이 10만 개 이상의 알을 낳으면 수컷이 외부 수정한다. 산란 후 4일 이내에 성체는 폐사한다.
전체 수명은 7~11년이다.
생태적 중요성
태평양칠성장어는 높은 열량(5.92~6.34 kcal/g)을 지녀 물고기, 조류, 포유류의 중요한 먹이원이다. 연어류와 같은 하천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연어에 가해지는 포식 압력을 분산시켜 연어의 생존율을 높이는 '포식 완충(predation buffer)' 역할을 한다. 또한 산란 후 폐사한 개체의 사체가 분해되면서 해양 유래 영양염을 담수 생태계에 공급한다. 유생 단계에서는 여과섭식을 통해 하천의 조류 축적을 방지하고 유기물을 미세 입자로 분해하여 다른 소형 생물의 먹이원을 제공한다.
문화적 활용
북아메리카 태평양 북서부 원주민 부족(컬럼비아강 유역 부족, 유로크족, 카루크족, 위요트족 등)에게 태평양칠성장어는 전통적인 의례용 식품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방 함량이 높고 열량이 매우 높아 전통적으로 유아와 어린아이에게 먹였으며, 훈제하거나 스튜로 조리하여 소비한다. 또한 영적·문화적 중요성을 지니며, 부족 전통 설화에서 생태적·문화적 상징으로 등장한다.
보전 현황
IUCN 적색목록에서 '최소관심(Least Concern)'으로 분류되었으나,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댐 건설, 하천 직강화, 수질 악화 등 인간의 인프라가 주요 위협 요인이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청(USFWS) 주도로 2008년 태평양칠성장어 보전 이니셔티브(PLCI)가 출범하여 원주민 부족, 연방·주·지방 기관, 비정부 기구가 협력하여 보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유생의 치사 한계 약 30.7°C)도 새로운 위협으로 지적된다.
참고 사항
태평양칠성장어는 오대호(Great Lakes)에 침입하여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 바다칠성장어(sea lamprey, Petromyzon marinus)와는 다른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