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塔)의 사전적 의미와 기원
'탑'은 한국어에서 두 가지 주요 어원을 가진다. 첫째이자 본래적 의미는 불교 건축물인 탑파(塔婆)를 가리키며, 이는 산스크리트어(범어)의 '스투파(stūpa, 率堵婆)'에서 기원한다. 스투파는 고대 인도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하기 위해 토석을 쌓아 올린 무덤 형태의 축조물을 의미했다. 이후 불교가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솔도파(窣都婆)'로 음차되었고, 이것이 줄어 '탑파(塔婆)', 다시 '탑(塔)'이 되었다. 둘째로, 현대 한국어에서는 영어 'tower'의 번역어로서 높고 뾰족하게 세운 건축물을 통칭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다만 전통적으로 동양의 '탑'은 종교적 목적의 건축물이었던 반면, 서양의 'tower'는 군사적 목적(망루, 성채)에서 비롯된 단어로 그 기원이 다르다. 또한 현대 한국어에서는 영어 'top'(최고, 정상)의 발음을 차용한 외래어로서 '탑(top)'이 사용되기도 하나, 이는 앞선 두 의미와 어원이 전혀 다른 별개의 용례이다.
불교 건축물로서의 탑
탑의 기원은 기원전 5세기경 석가모니의 열반에서 시작된다. 석가모니가 사라쌍수 아래서 열반한 후 제자들은 유해를 화장(다비)하였고, 인도의 여덟 나라가 사리를 나누어 각기 탑을 세운 것을 '사리팔분(舍利八分)'이라 한다. 이후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기원전 273~232)이 8대탑에서 불사리를 다시 8만 4천으로 나누어 전국에 사리탑을 세웠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표적 불탑으로는 인도 산치(Sanchi) 지역의 대탑(산치탑)이 있으며, 이는 거대한 반구형(半球形) 돔 형태에 4개의 탑문과 주위 난간 조각을 갖춘 세계적으로 유명한 탑파이다.
초기 인도의 탑은 반구형의 분묘 형태였으며, 후대로 내려오면서 밑에 높은 기단이 생기고 상륜(相輪)의 수효가 늘어나고 주위에 돌난간과 조각이 추가되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면서 인도의 반구형 탑은 중국의 목조 및 벽돌 건축 양식과 결합하여 변화하였다. 둥근 구조물과 상륜부는 축소되어 지붕 위에 장식처럼 얹히게 되었고, 다층 누각 형태의 목탑(木塔) 양식이 발달하였다.
한국 탑의 특징과 종류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4세기 후반경이며, 이후 한국 고대미술의 중심을 이루는 조형물로 탑파와 불상이 자리잡았다. 한국의 탑은 재료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목탑(木塔): 나무로 만든 탑으로, 중국의 고루형(高樓形) 목탑 양식을 모방한 누각형 다층 구조가 초기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에는 목조 탑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며, 일본에서 목탑 전통이 가장 활발히 유지되었다.
- 전탑(塼塔): 벽돌로 쌓은 탑으로, 중국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 석탑(石塔): 돌로 만든 탑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탑 양식이다. 삼국시대 말기 백제 지역에서 목탑을 모방한 석탑이 처음 등장하였고, 이후 신라에서 전탑을 모방한 석탑이 발전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국보),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및 다보탑(국보) 등이 있다.
- 모전석탑(模塼石塔): 돌을 벽돌 모양으로 깎아 쌓아 올린 탑으로,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이 대표적이다.
- 청동탑ㆍ금동탑: 청동이나 금동으로 제작된 소형 공예탑이다.
한국에서 석탑이 특히 많은 이유는 돌이 풍부한 자연환경과 관련이 있으며, 불에 약한 목탑과 빗물에 취약한 전탑의 단점을 보완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조사된 한국의 탑파는 1,000기 이상이다.
현대적 용법
현대 한국어에서 '탑'은 불교적 의미 외에도 방송·통신·전망 등의 목적으로 세워진 고층 구조물을 지칭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예: 전망탑, TV탑, 타워). 군사 시설을 지칭하는 '감시탑', '포탑'과 같은 표현도 현대적으로 정착된 용례이다. 한편 영어 'top'의 차용어로서 '최고', '정상'의 의미로도 사용되며, 이는 동음이의어적 성격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