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젠 축합(Claisen condensation)은 강염기의 존재 하에 두 분자의 에스터(ester), 또는 하나의 에스터와 다른 카보닐(carbonyl)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탄소-탄소 결합 형성 반응이다. 이 반응의 생성물은 β-케토에스터(β-ketoester) 또는 β-다이케톤(β-diketone)이다. 반응의 이름은 1887년에 이 반응에 관한 연구를 처음 발표한 독일의 화학자 라이너 루트비히 클라이젠(Rainer Ludwig Claisen)의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클라이젠 축합은 유기 합성에서 중요한 C-C 결합 형성 방법 중 하나로, 알돌 축합(aldol condensation)과 유사한 점이 있으나 에스터를 반응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반응은 염기 촉진 조건에서만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산 조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반응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강염기(주로 나트륨 알콕사이드, NaOR)가 에스터의 α-수소를 탈양성자화하여 에놀레이트 음이온(enolate anion)을 형성한다. 둘째, 이 에놀레이트가 친핵체(nucleophile)로서 다른 에스터 분자의 카보닐 탄소를 공격하여 사면체 중간체(tetrahedral intermediate)를 형성한다. 셋째, 이 중간체에서 알콕사이드 이온이 이탈기(leaving group)로 제거되면서 친핵성 아실 치환(nucleophilic acyl substitution)이 일어나 β-케토에스터가 생성된다. 넷째, 생성된 β-케토에스터의 α-수소는 산성도(pKa 약 9)가 높아 반응에 사용된 알콕사이드 염기(pKa 약 16)에 의해 다시 탈양성자화되어 안정화된 에놀레이트를 형성하며, 이 단계가 반응 평형을 생성물 쪽으로 이동시키는 추진력(driving force)이 된다. 마지막으로 산성 수용액 처리(acid work-up)를 통해 중성의 β-케토에스터를 얻는다.
클라이젠 축합에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사용되는 염기는 에스터의 알콕시(alkoxy)기와 동일한 알킬기를 가진 알콕사이드여야 한다. 예를 들어, 에틸 에스터의 경우 나트륨 에톡사이드(sodium ethoxide)를 사용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에스터 교환 반응(transesterification)이 부반응으로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수산화물 염기(예: NaOH)는 에스터의 가수분해를 일으키므로 사용할 수 없다. 반응물인 에스터는 최소 두 개의 α-수소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는 마지막 탈양성자화 단계가 반응을 완결시키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젠 축합의 주요 변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에스터가 반응하는 교차 클라이젠 축합(crossed Claisen condensation)이 있으며, 이 경우 한쪽 에스터에만 α-수소가 있거나 한쪽이 반응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에 선택적으로 생성물을 얻을 수 있다. 분자 내에서 두 개의 에스터기가 반응하여 고리형 β-케토에스터를 형성하는 디크만 축합(Dieckmann condensation)도 클라이젠 축합의 중요한 변형이다. 이 경우 주로 5원환 또는 6원환이 형성된다.
클라이젠 축합은 의약품, 천연물, 기능성 재료 등 다양한 유기 분자의 합성에 널리 활용된다. 특히 아세토아세트산 에스터 합성(acetoacetic ester synthesis)과 말론산 에스터 합성(malonic ester synthesis)의 핵심 반응으로, 이들을 통해 다양한 카보닐 화합물의 α-위치에 알킬기를 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