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하잣둠(Khazad-dûm)은 영국 작가 J. R. R. 톨킨이 창작한 가운데땅(Middle-earth) 세계관에 등장하는 가상의 지하 도시이자 난쟁이 왕국이다. 작품 《호빗》,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등에 배경으로 등장한다.
개요
크하잣둠은 가운데땅의 안개산맥 아래에 자리한 거대한 지하 도시로, 난쟁이 종족 중 긴수염족(두린 일족)의 수도였다. 난쟁이들의 언어인 크후즈둘에서 유래한 이 이름은 '크하자드(Khazâd, 난쟁이들)'와 '둠(dûm, 굴·전당)'이 결합한 형태로, '난쟁이굴' 또는 '크하자드의 궁정'이라는 뜻을 지닌다. 작중에서는 종족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는데, 요정들은 하도드론드(Hadhodrond)나 카사론도(Casarrondo) 등으로, 후대에는 '검은 구덩이'를 뜻하는 신다린어 '모리아(Moria)'로 더 널리 알려졌다.
역사
크하잣둠의 기원은 톨킨 연대기상 제1시대 이전인 '나무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난쟁이 일곱 시조 중 최고(最古)인 '불사의 두린'이 이 도시를 세웠으며, 이후 두린의 후예들인 긴수염족이 대대로 통치했다. 이 왕국은 가운데땅에서 가장 오랫동안 존속한 나라 중 하나로, 그 부의 원천은 지하에서만 산출되는 희귀한 금속 미스릴이었다.
제2시대에는 에레기온의 놀도르 요정 장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최전성기를 누렸으나, 제3시대에 들어 미스릴을 찾아 지나치게 깊이 파들어간 난쟁이들이 지하 심연에서 '발로그'라 불리는 악령을 깨우게 되었다. 이 존재는 '두린의 재앙'으로 알려졌으며, 크하잣둠은 결국 발로그와 오르크, 트롤 등 악의 세력에 장악당해 몰락하였다. 이후 이 도시는 '검은 구덩이'라는 의미의 모리아로 불리며 오랫동안 폐허로 남았다.
이후 발린이 이끄는 난쟁이 일부가 재탈환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전멸했고, 《반지의 제왕》 본편에서는 반지 원정대가 안개산맥을 넘지 못해 폐허가 된 모리아를 통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원정대는 간달프가 발로그와 싸우다 동귀어진하는 사건을 겪는다. 연대기상 제4시대에 이르러서는 두린 7세가 크하잣둠을 되찾아 재건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매체에서의 등장
크하잣둠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폐허가 된 모리아로 중요한 장면에 등장하며, 특히 간달프가 발로그와 대결하는 '카자드둠 다리' 전투와 이를 배경으로 한 음악 'The Bridge of Khazad-dûm'이 유명하다. 이후 드라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에서는 몰락 이전 전성기의 번성한 지하 도시 모습으로 묘사되었으며, 《반지의 제왕 온라인》, The Lord of the Rings: Return to Moria 등의 게임에서도 배경으로 구현되었다.
발음 관련 참고
한국어에서 '크하잣둠'으로 표기되는 이 명칭에 대해, 원어의 'kh' 발음은 영어 화자의 유기음 표기 방식을 반영한 것으로, 별도의 [h] 음가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기음 [k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카잣둠' 또는 '카자드둠'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어의 의도에 더 가깝다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