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톤은 주기율표 제18족(비활성 기체족)에 속하는 화학 원소로, 원소 기호는 Kr, 원자 번호는 36이다. 크립톤은 무색·무취·무미의 비활성 기체로, 대기 중에 부피 기준으로 약 1ppm(백만분의 일) 수준으로 미량 존재한다. 액체 공기를 분별 증류하여 얻을 수 있으며, 표준 상태에서 밀도는 3.749g/L이고 녹는점은 약 115.79K, 끓는점은 약 119.93K이다.
명칭의 기원과 발견
크립톤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kryptos'(숨겨진 것, 숨겨진 존재)에서 유래하였다. 이는 크립톤이 다른 비활성 기체에 비해 대기 중에서 발견하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크립톤은 1898년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램지와 모리스 트래버스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들은 액화 공기를 증류하여 잔여 성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크립톤을 발견했고, 이후 같은 방법으로 네온도 발견하였다. 램지는 비활성 기체 발견에 기여한 공로로 190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화학적 성질
크립톤은 다른 비활성 기체들처럼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매우 낮아 거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극한 조건에서 플루오린과 반응하여 이플루오린화 크립톤(KrF₂)이 합성된 바 있으며, 물 분자와 결합하여 내포 화합물(클라스레이트)을 만들기도 한다. 이 외에도 극저온 조건에서 각종 크립톤 화합물을 합성하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위 원소
자연계에는 여섯 종류의 안정 동위 원소가 존재하며, 30여 개의 방사성 동위 원소와 핵 이성질체가 알려져 있다. 크립톤-81은 반감기가 약 23만 년인 방사성 동위 원소로, 5만~80만 년 정도 된 지하수의 연대 측정에 사용된다. 크립톤-85는 반감기가 약 10.76년인 방사성 비활성 기체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크립톤-85는 핵실험이나 원자로 운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용도
크립톤은 여러 개의 선스펙트럼을 나타내며, 이온화된 크립톤은 흰 빛을 낸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크립톤은 사진 촬영용 밝은 백색 조명(크립톤 전구)에 응용된다. 또한 크립톤과 아르곤의 혼합 기체는 형광등의 충전재로 사용되며, 크립톤과 제논의 혼합 기체는 백열등에서 필라멘트의 증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네온사인등에서 원하는 색을 구현하는 데에도 이용되며, 강력한 붉은색 레이저가 필요할 때 헬륨-네온 레이저 대신 크립톤 레이저가 사용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크립톤은 단열성과 밀도가 높은 성질을 활용하여 복층 유리창 사이의 충진 가스로 사용된다.
역사적 사항
1960년에는 크립톤-86이 방출하는 빛의 파장(605.78nm)을 기준으로 1미터의 길이를 정의하는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종전의 표준 미터원기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다만 1983년 이후로는 진공에서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진행하는 거리, 즉 광속을 기준으로 미터가 정의됨에 따라 이 방법은 현재 사용되지 않는다.
안전성
크립톤은 인체에 직접적인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기 중에 다량 존재할 경우 산소 부족에 따른 질식을 유발할 수 있어 밀폐 공간에서의 취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크립톤'이라는 용어는 화학 원소 외에도 DC 코믹스 세계관에서 슈퍼맨이 태어난 가공의 행성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화학 원소로서의 크립톤과는 별개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