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Crimson)은 강렬하고 짙은 붉은색으로, 약간의 파란색이 섞여 보랏빛이 도는 색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빨강과 장미색 사이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붉은색을 크림슨이라고 부른다. 웹 색상 기준 16진수 표기는 #DC143C이며, sRGB 값은 (220, 20, 60)이다.
어원
크림슨이라는 단어는 곤충에서 유래하였다. 지중해 연안의 참나무(커미즈 오크)에 서식하는 깍지진디(Kermes vermilio)의 건조한 몸체로부터 얻는 염료를 가리키는 아랍어 qirmizi(قرمزي, '붉은')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은 중세 라틴어 cremesinus(또는 kermesinus, carmesinus)를 거쳐 고대 스페인어에서 중세 영어로 유입되었으며, 1400년경부터 영어에서 곤충과 염료를 모두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같은 어원에서 독일어 Karmesin, 이탈리아어 cremisi, 프랑스어 cramoisi, 포르투갈어 carmesim, 네덜란드어 karmozijn 등 여러 언어로 전파되었다. 페르시아어 ghermez(قرمز, '빨간')와 산스크리트어 kṛmija(कृमिज, '벌레로부터 만든')도 같은 계열의 낱말이다.
역사
크림슨 염료는 고대부터地中海 연안 국가에서 상업적으로 채집되어 유럽 전역에 판매되었다. 앵글로스칸디나비아 시대의 요크(York) 유적에서도 크림슨 염료가 사용된 매장 천이 발견되었다. 이후 남아메리카산 연지벌레(코치닐)에서 추출하는 카민(carmine) 염료가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크림슨 염료는 사용이 줄어들었는데, 같은 품질과 색 강도를 내기 위해 케르메스 곤충이 카민보다 10~12배 더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868년 독일 화학자 카를 그래베(Carl Gräbe)와 카를 리베르만(Carl Liebermann)이 합성 알리자린 크림슨(Alizarin crimson)을 처음 합성하였으며, 이는 천연 염료인 매더 레이크(madder lake)를 대체하였다. 알리자린 크림슨은 명반(alum)에 염료를 고착시킨 안료로, 황토, 시에나, 엄버와 혼합하여 사용된다.
색의 성질
역사적으로 여러 학자가 크림슨을 기본색으로 분류한 사례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색 가운데 하나로 phoinikoun을 꼽았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크림슨으로 번역된다. 1772년 곤충학자 이그나츠 쉬퍼뮐러는 12색 색상환에서 크림슨 레드를 빨강과 보라 빨강 사이에 배치하였다. 물리학자 토머스 영은 1807년 크림슨을 빨강과 구별되는 7가지 기본색 중 하나로 보았다. 1902년 인쇄 기술자 프레더릭 유진 아이브스는 크림슨을 녹색의 반대색('minus green')으로 정의하였다.
자연에서의 크림슨
- 크림슨 로젤라(Crimson rosella): 호주에 서식하는 앵무새의 일종이다.
- 크림슨 선버드(Crimson sunbird): 싱가포르의 국조이다.
- 크림슨 클로버(Crimson clover, Trifolium incarnatum): 유럽 원산의 클로버 종이다.
-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해변에서 발생하는 적조 현상으로, Karenia brevis라는 조류에 의해 발생한다.
문화와 상징
- 대학 상징색: 대한민국의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서강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광운대학교, 세종대학교 등과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 인디애나 대학교, 앨라배마 대학교 등 여러 대학의 교색(校色)으로 사용된다.
- 국기: 네팔의 국색이며 국기의 배경색이기도 하다. 폴란드 국기에서도 크림슨이 사용된다.
- 군복: 덴마크 후사르 연대, 영국 왕립 후사르 연대의 예복에 크림슨이 사용되었다. 미국 육군에서는 병기감(Ordnance Corps)의 상징색이다.
- 문학: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에서 크림슨은 라니스터 가문의 가문 색이다. 스티븐 킹의 《다크 타워》 시리즈의 주요 적대자는 크림슨 킹(Crimson King)이다.
- 음악: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킹 크림슨(King Crimson)이 대표적이다.
- 귀족: 폴란드어에서 karmazyn(크림슨)은 고귀한 신분의 상징으로, 오직 부유한 상류 귀족만이 이 색으로 염색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