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미터(Chronometer), 한자로는 경선의(經線儀)라고도 하며, 원래는 선박의 진동과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된 정밀 휴대용 태엽 시계를 가리킨다.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에서 유래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의미가 확장되어, 공식적으로 인증된 기관의 정밀 검정을 통과한 고정밀 기계식 시계를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인증 기관으로는 스위스 크로노미터 검정 협회(COSC, Contrôle officiel suisse des Chronomètres)가 있으며, COSC의 검정 기준에 따르면 기계식 시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오차가 -4초에서 +6초 이내여야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스위스 시계 중 약 3~5% 정도만 이 인증을 획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
대항해 시대에 해상 항해가 증가하면서 해난 사고가 빈번해졌고, 선박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위도와 경도 측정법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위도는 육분의(sextant) 등을 이용한 천체 관측으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정확한 경도를 측정하는 것은 큰 난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14년 7월 8일 영국 의회는 정밀한 경도 측정 방법을 발견한 사람에게 현상금을 거는 내용의 경도법(Longitude Act)을 제정하였다. 경도 측정의 여러 방법 중 하나는 정확한 시간과 태양의 위치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가장 정밀했던 진자 시계는 육상에서는 충분한 정확도를 보였으나, 파도에 의해 흔들리는 선박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선박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확한 시간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한 시계가 필요했다.
1735년, 영국의 목공 장인이었던 존 해리슨(John Harrison)은 튼튼한 대들보에 흔들림과 온도 변화를 흡수하는 스프링 장치와, 태엽이 감기는 과정에서도 회전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를 갖춘 탁상 시계 '크로노 H1'을 제작하였다. 이후 1759년에는 직경 5인치(약 12.7cm) 크기의 회중 시계인 '크로노 H4'를 완성하였는데, 영국에서 자메이카까지 81일간의 항해 동안 오차가 단 8.1초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정밀도를 보여주었다.
이후 프랑스의 피에르 르 로아(Pierre Le Roy)는 디텐트식 탈진기(detent escapement)를 발명하였고, 토마스 언쇼(Thomas Earnshaw)와 존 아놀드(John Arnold) 등이 18세기 후반에 스프링 디텐트식 탈진기를 개발하여 더욱 간단한 구조로 높은 정확도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통해 크로노미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후 로란(LORAN)과 같은 전파 항법 장치가 도입되기까지 선박 항해의 핵심 장비로 사용되었다.
현대적 의미
현대 시계 산업에서 크로노미터는 단순히 정밀한 시계를 뜻하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COSC와 같은 공인 기관으로부터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공식 인증을 받은 시계만을 지칭하는 보호된 용어이다. 크로노미터 인증과 혼동하기 쉬운 용어로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가 있는데, 크로노그래프는 스톱워치(시간 측정) 기능이 있는 시계를 의미하므로 두 개념은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