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 에터(crown ether)는 여러 개의 에터기(R-O-R')를 포함하는 고리 구조로 이루어진 유기 화합물의 한 부류이다. 가장 일반적인 크라운 에터는 산화 에틸렌(ethylene oxide)의 고리형 올리고머로서, 반복 단위는 에틸렌옥시(-CH₂CH₂O-)이다. 이 계열의 주요 구성원으로는 사량체(n=4), 오량체(n=5), 육량체(n=6)가 있다.
명명법
크라운 에터의 명칭은 "전체 고리 구성 원자 수 - crown - 산소 원자 수"의 형식으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18-크라운-6은 고리를 구성하는 총 18개의 원자 중 6개가 산소 원자임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12-크라운-4, 15-크라운-5, 18-크라운-6 등이 있다. 황이나 질소가 이종 원자로 포함될 경우 각각 thia-, aza-를 접두사로 붙여 구분한다.
역사
1967년, 미국 듀폰(DuPont)에서 근무하던 화학자 찰스 피더슨(Charles J. Pedersen)이 크라운 에터를 합성하는 간단한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는 2가 양이온을 위한 착물화제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칼륨 양이온과 강하게 결합하는 부산물을 분리하였고, 이것이 고리형 폴리에터가 알칼리 금속 양이온과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화합물임을 확인하였다. 피더슨은 이 공로로 1987년 장마리 렌(Jean-Marie Lehn), 도널드 크램(Donald J. Cram)과 함께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특성
크라운 에터의 산소 원자는 고리 내부에 위치한 양이온과 배위 결합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으며, 고리 외부는 소수성을 띤다. 이로 인해 생성된 착물은 비극성 용매에 용해되는 염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성질은 상전이 촉매(phase transfer catalysis)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폴리에터의 킬레이트 효과와 거대고리 효과(macrocyclic effect)로 인해 크라운 에터는 분할되거나 비고리형 유사체보다 다양한 양이온에 대해 더 강한 친화력을 나타낸다.
양이온 선택성은 주로 이온의 크기와 전하 밀도, 그리고 크라운 에터의 공동(cavity)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12-크라운-4: 공동 크기 0.6~0.75 Å, 리튬 이온(Li⁺, 유효 이온 반지름 0.76 Å)에 높은 친화력
- 15-크라운-5: 공동 크기 0.86~0.92 Å, 나트륨 이온(Na⁺, 유효 이온 반지름 1.02 Å)에 높은 친화력
- 18-크라운-6: 공동 크기 1.34~1.55 Å, 칼륨 이온(K⁺, 유효 이온 반지름 1.38 Å)에 높은 친화력
- 21-크라운-7: 공동 크기 1.7~2.1 Å, 세슘 이온(Cs⁺, 유효 이온 반지름 1.67 Å)에 높은 친화력
활용
크라운 에터는 유기 합성에서 상전이 촉매로 널리 사용된다. 예를 들어, 유기 용매에 녹지 않는 과망간산칼륨(KMnO₄)은 18-크라운-6 존재 하에서 벤젠에 용해되어 "자주빛 벤젠(purple benzene)"을 형성하며, 이는 강력한 산화제로 작용한다. 또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분리, 약물 전달 시스템, 분자 기계(molecular machine)의 구성 요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및 응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라운 에터의 독성은 칼륨 이온에 대한 높은 친화력에 기인하며, 이는 생체 내 필수 이온 균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형
크라운 에터의 질소 이종 원자에 두 개 이상의 크라운 에터 고리 구조가 결합된 3차원 구조를 크립탄드(cryptand)라고 부르며, 1969년 장마리 렌이 최초로 합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