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와바라 지츠조(桑原隲蔵, Kuwabara Jitsuzo, 1871년 1월 27일 ~ 1931년 5월 24일)는 일본 제국의 동양사학자로, 일본에서 동양사학(東洋史學)을 근대적 학문으로 확립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 출신이다.
생애
쿠와바라 지츠조는 1871년 1월 27일 후쿠이현(福井県) 쓰루가(敦賀)에서 태어났다. 일부 자료에는 1870년 12월 7일 출생으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 제3고등학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원에서 동양사를 전공했다. 재학 중 저술한 『중등동양사(中等東洋史)』는 일본에 동양사 연구 체계를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1907년부터 1909년까지 청나라에 유학한 뒤 귀국하여 1909년 교토제국대학 문과대학 교수로 취임하였다. 이후 교토제국대학에서 동양사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른바 '교토파 동양사학'의 중심 인물로 활동하였다. 그는 과학적 역사학을 표방하고 사실 규명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연구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문적 업적
쿠와바라 지츠조의 연구 분야는 중국사 및 동서교섭사(東西交涉史)에 걸쳐 있다. 송나라 말기 천주(泉州) 지역에서 시박사(市舶司) 관리로 활동한 서역인 포수경(蒲壽庚)에 관한 연구인 『포수경의 사적(蒲寿庚の事蹟)』은 1923년 일본 제국학사원상을 수상한 대표적 업적이다. 이 연구는 동아시아와 이슬람 세계 간의 교류사를 조명한 학술적 성과로 평가된다.
그는 또한 진시황을 재평가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진시황 이전에 진시황이 없었고, 진시황 이후에 진시황이 없다"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동양문명사논총(東洋文明史論叢)』, 『중국의 효도(支那の孝道)』, 『고사유기(考史遊記)』, 『지나법제사논총(支那法制史論叢)』 등이 있으며, 사후에 『쿠와바라 지츠조 전집(桑原隲蔵全集)』(전 5권, 1968년, 이와나미서점)이 간행되었다.
영향과 유산
쿠와바라 지츠조는 교토대학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으며, 대표적인 제자로는 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가 있다. 그의 아들인 쿠와바라 타케오(桑原武夫)는 프랑스 문화 연구자로 활동했다.
그가 청나라 유학 시기에 촬영한 약 4만 점에 달하는 사진 자료는 '화북교통사진(華北交通写真)' 아카이브로 관리되며, 2019년 교토대학 종합박물관 전시와 함께 웹상에 공개된 바 있다.
쿠와바라 지츠조는 1931년 5월 24일 교토에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