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s)은 특정 미생물과 특정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립하기 위해 독일의 의사이자 세균학자인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제시한 네 가지 기준을 말한다. 이 가설은 1884년 코흐와 프리드리히 뢰플러(Friedrich Loeffler)에 의해 공식화되었으며, 1890년 코흐에 의해 정리되어 발표되었다. 코흐는 이 가설을 탄저병과 결핵의 병인을 규명하는 데 적용하였다.
네 가지 기준
- 해당 미생물이 질병을 앓고 있는 모든 생물체에서 다량으로 검출되어야 하며, 건강한 생물체에서는 발견되지 않아야 한다.
- 해당 미생물은 질병에 걸린 생물체로부터 분리되어 순수 배양될 수 있어야 한다.
- 순수 배양된 미생물을 건강하고 감수성이 있는 생물체에 접종하였을 때 동일한 질병이 발병해야 한다.
- 접종된 생물체로부터 해당 미생물이 다시 분리되어야 하며, 처음 발견된 미생물과 동일함이 증명되어야 한다.
한계와 예외
코흐의 가설은 이후 여러 예외와 한계가 발견되었다. 코흐 본인도 콜레라와 장티푸스의 무증상 보균자를 발견한 후 첫 번째 기준의 보편성을 나중에 철회하였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없이 순수 배양이 불가능하므로 두 번째 기준을 충족할 수 없으며, 모든 감염자가 동일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첫 번째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와 위궤양의 관계처럼 모든 감염이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는 사례도 존재한다.
현대적 의의와 변형
1950년대 이후 역학 연구에서는 코흐의 가설이 더 이상 절대적 기준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감염병 연구의 역사적 방법론으로서 여전히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지고 있다. 현대 공중보건학에서는 인과관계 판단을 위해 브래드퍼드 힐 기준(Bradford Hill criteria)이 더 널리 사용된다. 1988년 미생물학자 스탠리 팰코(Stanley Falkow)는 병원성 유전자를 규명하기 위한 분자적 코흐의 가설(Molecular Koch's postulates)을 제안하였으며, 프리온과 같은 감염성 단백질에 적용하기 위한 변형된 가설도 제안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