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스의 서》(Book of Kells, 라틴어: Codex Cenannensis, 아일랜드어: Leabhar Cheanannais)는 라틴어로 필사되고 채색된 복음집으로,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와 여러 서두 텍스트 및 표를 수록한 장정(裝幀) 사본이다. 서기 약 800년경 아일랜드 또는 스코틀랜드에 있던 콜룸바 수도회 소속 수도원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소장 번호는 TCD MS 58이다.
명칭의 유래
'켈스의 서'라는 명칭은 이 사본이 수백 년간 보관되었던 아일랜드 미스주의 켈스 수도원(Abbey of Kells)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본은 콜룸바 성인과의 연관성 때문에 '콜룸바의 서'(Book of Columba)라고도 불린다. 울스터 연대기(Annals of Ulster)의 1007년 기록에는 "서방 세계의 최고 성물인 콜룸킬레의 대복음서"가 켈스의 대석조 교회에서 도난당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이 기록의 대상이 켈스의 서로 일반적으로 간주된다.
제작 배경과 시기
사본의 정확한 제작 장소와 완성 시기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한다. 첫째, 이오나(Iona)에서 시작되어 켈스에서 완성되었을 가능성, 둘째, 이오나에서 전부 제작되었을 가능성, 셋째, 켈스의 필사실에서 전부 제작되었을 가능성, 넷째, 픽트족 지역의 다른 수도원에서 제작되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었으나, 정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콜룸바 수도회 소속 수도사들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점은 확실시되며, 이오나에서 시작하여 켈스에서 완성되었다는 첫 번째 학설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제작 연대는 고문자학적·양식적 증거에 근거하여 대략 800년경으로 추정되며, 이는 콜룸바 성인의 사망 시기(597년)보다 훨씬 후대이다.
형태와 구성
현존하는 사본은 340장의 양피지(folio)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뒤 면을 합쳐 총 680페이지에 해당한다. 1953년 제본 이후 네 권으로 나뉘어 있으며, 크기는 약 330mm × 250mm이다. 페이지는 고품질의 송아지 벨럼(양피지)으로 만들어졌으며, 철몰식 잉크(iron gall ink)로 쓰였다. 본문은 인슐라 대문자체(insular majuscule)로 작성되었고, 최소 세 명 이상의 필경사가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본의 내용은 대체로 불가타(Vulgate) 번역본에 기반하지만, 더 오래된 라틴어 번역본(Vetus Latina)에서 취한 구절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서두 부분에는 히브리어 이름 목록의 단편, 복음서 요약(Breves causae), 복음사가 전기(Argumenta), 유세비우스 정전표(Canon Tables) 등이 실려 있다.
장식과 예술적 특징
켈스의 서는 인슐라 미술(Insular art)의 정점으로 평가되며, 서양 캘리그래피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여겨진다. 장식은 기독교의 도상(icon)과 함께 인간, 동물, 전설적 생물, 켈트 매듭무늬와 복잡한 교차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페이지를 장식한 세밀화가 열 점 이상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에는 성모자상(서양 사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모 마리아 묘사로 알려짐), 복음사가 상징, 그리스도 좌상, 카펫 페이지, 키-로(Chi Rho) 모노그램 페이지 등이 포함된다.
현존하는 340개의 folio 중 33개 페이지는 페이지 전체를 장식 요소가 지배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페이지에 소규모 장식이 포함되어 있다. 사용된 색소는 자주색, 라일락색, 붉은색, 분홍색, 녹색, 노란색 등이 주를 이루며, 금이나 은박은 사용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지중해산 무렉스 조개 자주색과 아프가니스탄산 청금석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현대의 색소 분석을 통해 이들 재료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역사적 경위
켈스 수도원은 9세기 초 바이킹의 침략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사본이 어떻게 보존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12세기에는 켈스 수도원의 토지 문서가 사본의 여백에 필사되었으며, 이는 당시 사본이 켈스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이다. 1654년 크롬웰 기병대가 켈스의 교회에 주둔하면서 당시 총독이 사본을 더블린으로 보냈고, 1661년 헨리 존스 주교가 이를 트리니티 칼리지에 기증한 이후 현재까지 그곳에 보관되어 왔다.
2011년 유네스코는 켈스의 서를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국제목록에 등재하였다. 현재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에서 한 번에 두 페이지씩 전시되며, 페이지는 약 6~12주 간격으로 교체된다. 사본 전체는 디지털화되어 온라인으로도 열람 가능하다.
관련 대중문화
2009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켈스의 비밀》(The Secret of Kells)은 켈스의 서의 제작 과정을 소재로 한 허구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 작품은 2009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었다.
참고 사항
사본의 정확한 제작 장소, 필경사의 정확한 인원수, 원래의 전체 folio 수 등 일부 세부 사항은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며, 위 내용 중 일부는 추정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켈스의 서가 아일랜드의 국보이자 중세 초기 인슐라 채색 사본의 대표작이라는 점은 공인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