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르머덱 제도(Kermadec Islands, 마오리어: Rangitāhua 랑기타후아)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아열대 화산 열도로, 뉴질랜드 북섬에서 동북쪽으로 약 800~1,000km, 통가 서남쪽으로도 비슷한 거리에 떨어져 있다. 제도 전체가 뉴질랜드에 속하며, 총 면적은 약 33.6km²이다.
지리적 특징
커르머덱 제도는 뉴질랜드 최북단의 영토로, 위도 29°~32°S, 경도 177°~179°W에 걸쳐 남북으로 약 250km 이상 길게 분포한다. 제도는 라울섬(Raoul Island)을 최대 섬으로 하여 약 15개의 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요 섬으로는 라울섬, 매컬리섬(Macauley Island), 커티스섬(Curtis Island) 그리고 남쪽의 에스페랑스 암초(L'Esperance Rock) 등이 있다. 라울섬은 전체 제도에서 가장 넓은 약 2,900ha 규모로, 뉴질랜드 최북단의 상주 시설인 라울섬 기상관측소가 설치되어 있다.
지질 및 화산 활동
커르머덱 제도는 통가와 뉴질랜드 사이를 약 2,600km에 걸쳐 이어지는 약 80개의 화산 사슬의 일부다. 이 지역은 태평양판과 오스트레일리아판이 만나는 커르머덱 해구(Kermadec Trench)와 인접해 있으며, 태평양판이 오스트레일리아판 아래로 섭입하면서 화산 활동이 발생한다. 커르머덱 해구는 심해 해구 중 하나로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제도 주변 해역은 지진 활동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1년 3월에는 라울섬 동남쪽 해역에서 모멘트 규모 M8.1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기후와 생태
이 제도는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아열대 해양 생태계가 존재하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주변 해역에는 갈라파고스상어, 흑점그루퍼, 킹피시 등의 대형 포식성 어류가 풍부하게 서식하며, 세계 7종의 바다거북 중 5종이 이 지역에서 발견된다. 특히 8월 하순부터 11월 초 사이에는 혹등고래가 이 제도를 통과하여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된다. 모든 섬에는 바닷새의 번식지가 있으며, 가장 큰 집단 번식지는 라울섬과 매컬리섬 주변의 작은 섬들에 형성되어 있다.
커르머덱 제도는 본토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독특한 생물다양성이 발달했다. 이 지역은 설치류 등 외래 침입종이 없는 청정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심해에는 이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거대 심해 홍합(giant vent mussels) 군락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
라울섬에는 기원후 600~1,000년 전경 폴리네시아인들이 처음 정착한 흔적이 있으며, 마오리 구전 역사에서 이 제도는 '테 랑기타후아(Te Rangitahua)'로 불린다. 마오리 학자들은 14세기에 라로통가에서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로 이주하던 아오테아 호와 쿠라하우포 호가 이 제도를 경유했다고 전한다.
유럽인으로서는 1790년대 당트르카스토 원정대에 참여한 브르타뉴 출신의 선장 장미셸 위옹 드 커르머덱(Jean-Michel Huon de Kermadec)이 이 섬들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섬 이름이 '커르머덱'으로 명명되었다. 1836년부터 라울섬에 유럽인의 정착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고립된 위치와 담수 부족, 잦은 화산 활동으로 인해 정착이 어려웠다. 1887년 뉴질랜드 정부가 이 제도를 합병하였고, 1934년 대부분의 섬이 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38년 기상관측소 설치를 계기로 마지막 독립 정착민들이 섬을 떠났다.
보호 및 관리 현황
커르머덱 제도는 현재 뉴질랜드 환경보존부(DOC)가 관리하는 자연보호구역이자 해양보호구역이다. 1990년에 설립된 커르머덱 제도 해양보호구역은 약 748,000ha로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 중 하나이며, 모든 섬과 영해(12해리) 해역이 보호 대상이다. 제도는 해충이 없는 청정 지역으로,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방문은 특별 허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현재는 주로 연구 목적의 방문만 허가되고 있다. 또한 이 일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는 상태다.
어원
'커르머덱(Kermadec)'이라는 명칭은 브르타뉴어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브르타뉴의 핀리스테르주 펭크랑(Pencran)에 있는 '커르머덱'이라는 지명에서 비롯되었다. 브르타뉴어 'ker'는 '마을' 또는 '거주지'를 의미하며, 'madec'은 '좋은'을 뜻하는 'mad'에서 파생된 인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오리어 명칭인 '랑기타후아(Rangitāhua)'는 이 제도와 라울섬을 지칭하는 전통적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