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시드(capsid)는 바이러스의 유전체(게놈)를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을 가리키는 미생물학 용어이다. 캡시드는 캡소미어(capsomere)라고 불리는 단백질 단위체로 구성되며, 바이러스 입자의 핵심 구조를 이룬다.
캡시드의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바이러스의 DNA 또는 RNA 유전체를 외부의 핵산 분해 효소(nuclease) 등으로부터 물리적·화학적으로 보호한다. 둘째, 숙주 세포의 표면 수용체에 부착하여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하는 과정을 돕는다. 셋째,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한 후 세포 또는 바이러스 자체의 효소에 의해 제거되는데, 이 과정을 허물(uncoating)이라고 한다.
캡시드는 그 입체 배열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입방 대칭(정이십면체 대칭) 캡시드: 많은 바이러스가 정이십면체(icosahedral) 구조의 캡시드를 가진다. 이는 20개의 삼각형 면과 12개의 꼭짓점, 그리고 최소 60개의 단백질 단위체로 구성된다. 정이십면체 캡시드의 캡소미어 개수와 배열 형태는 '준평형 원리(quasi-equivalence principle)'로 계산할 수 있으며, 삼각화 수(triangulation number, T 수)라는 지표로 표현된다. T = h² + h·k + k² 공식에 따라 산출되며, T 수가 클수록 캡시드가 더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대표적으로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가 정이십면체 캡시드를 가진다.
나선 대칭(helical) 캡시드: 막대 모양의 바이러스에서 관찰되며, 단백질 단위체가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원통형 구조를 이룬다. 나선의 피치(pitch), 한 바퀴 회전당 단위체 수, 각 단위체의 높이 차이 등으로 구조가 정의된다. 열린 구조이므로 개체마다 캡시드의 길이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TMV)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의 리보핵단백질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대칭(복합형) 캡시드: 위의 두 유형에 속하지 않는 복잡한 구조로,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등에서 관찰된다. 박테리오파지는 일반적으로 길게 늘여진 정이십면체 머리(head)와 원기둥형 꼬리(tail) 구조를 가진다.
바이러스에 따라서는 캡시드 바깥쪽에 외피(envelope)라고 불리는 막층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외피는 숙주 세포의 세포막에서 유래한 지질 이중막으로, 감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는 노출바이러스(naked virus)라고 부른다.
바이러스 게놈과 캡시드의 복합체는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라고 한다. 캡시드 단백질은 여러 종류의 숙주 세포 단백질에서 기원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들 중 일부는 원래 기능과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유전자 치료 연구에서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의 캡시드가 치료용 유전자를 전달하는 운반체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캡시드의 혈청형(serotype)에 따라 표적 세포와 전달 효율이 달라지므로 캡시드 선택이 치료 효능에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