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티급 구축함(County-class destroyer)은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이 건조한 유도 미사일 구축함 등급으로, 왕립 해군 최초의 미사일 무장 구축함 함급이다. 1950년대 후반에 설계가 시작되어 1959년부터 1970년 사이에 총 8척이 건조되었으며, 2개 배치(Batch 1, Batch 2)로 나뉘어 각각 4척씩 취역하였다. 이 함급의 이름은 영국의 행정 구역인 카운티(county)에서 유래하였는데, 이전에 순양함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데번셔(Devonshire), 햄프셔(Hampshire), 켄트(Kent), 런던(London) 등의 함명을 이어받았다.
이 함급은 시슬러그(Seaslug) 대공 미사일 체계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주요 임무는 핵전쟁 환경에서 항공모함 기동 함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방공(area air defence)이었다. 시슬러그는 영국이 독자 개발한 빔 라이딩(beam riding) 방식의 지대공 미사일로, 고고도에서 접근하는 핵 폭격기 및 정찰기를 요격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또한 시캣(Seacat) 단거리 대공 미사일, 쌍둥이 QF 4.5인치 함포 포탑, 대잠 어뢰 발사관, 웨섹스(Wessex) 대잠 헬리콥터 1대를 운용할 수 있는 격납고와 비행 갑판을 갖추고 있었다.
기본 배수량은 약 6,200톤 규모였으며, 전장 약 158.95m, 선폭 약 16.46m였다. 추진 방식으로는 영국 해군이 이 함급에서 처음 도입한 COSAG(Combined Steam and Gas turbine, 증기·가스 터빈 병용) 방식이 채택되어, 증기 터빈과 가스 터빈을 결합한 형태로 최대 속력 약 30노트를 발휘할 수 있었다. 승조원은 약 471명이었다.
배치 2 함정들은 개량된 시슬러그 Mk 2 미사일과 개량형 레이더 및 ADAWS(전투 데이터 자동화 체계)를 장착하였다. 1970년대 중반에는 배치 2 함정들의 2번 포탑이 제거되고 엑조세(Exocet) 대함 미사일 발사대 4기가 설치되어, 시슬러그, 시캣, 엑조세 등 3종의 유도 미사일을 동시에 운용한 왕립 해군 유일의 함정이 되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에는 HMS 앤트림(Antrim)과 HMS 글래모건(Glamorgan)이 영국 해군 기동 함대의 일원으로 참전하였다. HMS 글래모건은 아르헨티나군의 엑조세 미사일 공격을 받아 14명의 승조원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으나 생존하였다. HMS 앤트림은 사우스조지아 탈환 작전에서 기함 역할을 수행하였다.
영국 해군에서의 운용 기간이 끝난 후, 런던함은 1982년 파키스탄 해군에 매각되어 '바부르(Babur)'로 운용되었고, 피프, 글래모건, 앤트림, 노퍽 등 배치 2 함정 4척은 1980년대에 칠레 해군에 매각되어 각각 블랑코 엔칼라다(Blanco Encalada), 알미란테 라토레(Almirante Latorre), 알미란테 코크란(Almirante Cochrane), 카피탄 프라트(Capitán Prat)로 개명·운용되었다. 칠레 해군에서는 이 함정들을 현대화 개장하여 2000년대 중반까지 운용하였다.
카운티급 구축함은 영국 왕립 해군이 최초로 건조한 유도 미사일 구축함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지니며, 이후 영국 해군의 후속 미사일 함정 개발 과정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함급으로 평가된다. 이 함급의 후속 개발에는 시다트(Sea Dart) 미사일 체계와 같은 보다 진보된 방공 무기 체계의 발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