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타 로마나(이탈리아어: Carità Romana, 라틴어: Caritas Romana, 영어: Roman Charity)는 고대 로마의 역사가 발레리우스 막시무스(Valerius Maximus)가 저술한 《기억할 만한 행적과 언행 9권》(Factorum ac Dictorum Memorabilium Libri IX)에 기록된 효행 설화(Exemplum)를 가리킨다. 이 이야기는 시몬(Cimon, 그리스어: Κίμων)이라는 노인이 투옥되어 굶주림으로 사형을 선고받자, 그의 딸 페로(Pero)가 몰래 감옥을 찾아와 자신의 젖을 아버지에게 먹여 생명을 구했다는 내용이다. 일부 문헌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미콘(Mycon, Μύκον)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고대 로마에서 효심(pietas)과 로마적 명예의 위대한 본보기로 제시되었다. 또한 1세기 폼페이에서 발굴된 벽화와 테라코타 조각상들은 이 장면의 시각적 표현이 당시에 흔했음을 시사한다.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에트루리아 신화에서 유노가 성인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과 신화적 연관성을 지닌다.
플리니우스 장로(Pliny the Elder)의 《자연사》(Natural History, 1세기 중반)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버전에서는 평민 여성이 투옥된 후 갓 출산한 딸이 방문할 때마다 간수의 감시를 피해 어머니에게 젖을 먹여 구했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적발되었으나 그 효성에 감동한 관리들이 어머니를 석방하고 가족을 공적 자금으로 평생 부양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카리타 로마나는 이후 서유럽 미술, 특히 바로크 시대에 매우 대중적인 주제가 되었다. 1606~1607년 카라바조(Caravaggio)가 나폴리의 피오 몬테 델라 미제리코르디아를 위해 제작한 제단화 《일곱 가지 자비의 일곱 가지 업적》(The Seven Works of Mercy)에 이 장면을 포함시킨 이후, 1610~1612년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등지에서 페로와 시몬을 주제로 한 회화 작품이 크게 유행하였다. 피테르 파우엘 루벤스(Peter Paul Rubens)도 여러 버전을 제작했으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귀도 레니(Guido Reni), 디르크 판 바뷔런(Dirck Van Baburen) 등 다수의 유명 화가들이 이 주제를 다루었다.
17세기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페로의 발치에 잠든 아기를 추가로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원전 설화에는 없는 세부 요소로서 근친상간적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기의 존재는 페로가 수유 중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원전에도 암시되어 있으나, 세 인물이 삼대를 대표하게 되어 인간의 삼시대(allegory of the three ages of man)에 대한 우의적 해석도 가능하게 하였다.
벨기에 겐트(Ghent)의 종루(Belfry of Ghent)에는 1741년에 제작된 카리타 로마나 조각상이 정문 위에 설치된 소규모 별관이 있으며, 이는 네덜란드어로 '유방 빠는 사람'을 뜻하는 '마멜로커'(Mammelokker)로 불린다.
20세기 문학에서는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소설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 1939) 말미에 로자샨(Rosasharn)이 굶주린 병자를 자신의 젖으로 먹이는 장면이 카리타 로마나의 모티프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