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렐 아펠(Karel Appel, 1921년 4월 25일 ~ 2006년 5월 3일)은 네덜란드의 화가, 조각가, 판화가, 시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추상 표현주의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인 코브라(CoBrA) 운동의 창립 멤버이자 핵심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생애 및 경력 1921년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난 아펠은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학교(Rijksakademie van Beeldende Kunsten)에서 공부했다. 초기에는 마티스, 피카소, 뒤피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아동화, 정신질환자의 그림, 원시 미술(Primitivism) 등에서 영감을 얻어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나갔다.
1948년 11월, 아펠은 콘스탄틴 뉘빌(Constant Nieuwenhuys), 코르네유(Guillaume Corneille) 등과 함께 네덜란드 실험 그룹(Reflex)을 결성했으며, 같은 해 11월 8일 파리에서 아스게르 요른(Asger Jorn), 크리스티앙 도트레몽(Christian Dotremont), 조제프 노이레(Joseph Noiret) 등과 합류하여 코브라(CoBrA: Copenhagen, Brussels, Amsterdam의 약자) 그룹을 창립했다. 이 그룹은 이성적이고 기하학적인 추상에서 벗어나, 즉흥성, 자유, 실험정신, 무의식의 표현을 강조했다.
아펠은 1949년 암스테르담 시청 벽화 의뢰작인 '질주하는 아이들(Questioning Children)'이 대중의 거센 비난을 받아 가려지는 사건을 겪기도 했으나, 1950년대 초 파리로 거점을 옮긴 후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54년 제27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 상을 수상했고, 1959년 카셀 도큐멘타 2에 참여하는 등 전후 유럽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을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쳤으며, 1999년 암스테르담에 카렐 아펠 재단(Karel Appel Foundation)을 설립하여 작품 관리와 후학 양성을 도모했다. 200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망했으며, 암스테르담에 안장되었다.
작품 세계 및 특징 아펠의 작품은 강렬하고 두꺼운 마티에르(Matière), 원색에 가까운 선명한 색채, 거칠고 역동적인 붓터치, 그리고 왜곡되고 과장된 인물 형상이 특징이다. 그는 회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쌓아 올리는 것' 또는 '조각하는 것'에 가깝게 여겼으며, 캔버스 위에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리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을 즐겨 사용했다.
주요 소재는 아이, 동물(특히 새, 고양이, 개), 얼굴, 나체 등이며, 이들은 해부학적 정확성보다는 내면의 본능적 에너지나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하는 기호로 기능한다. 후기에는 조각, 판화, 도자기, 태피스트리, 무대 미술 등 매체를 확장했으며, 재즈 음악가들과의 즉흥 퍼포먼스 등 다학제적 협업도 활발히 시도했다.
대표작
- 《질주하는 아이들》(Questioning Children, 1949,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소장)
- 《웃는 얼굴》(The Crying Clown, 1950년대 다수 변주)
- 《히피 히피 하이》(Hip Hip Hooray, 1950년대)
- 《새와 꽃》(Birds and Flowers, 1960년대 이후 다수)
- 대형 청동 조각 시리즈(1980년대 이후)
평가 및 의의 카렐 아펠은 코브라 운동의 이론적 실천가이자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전후 유럽 미술이 미국 추상 표현주의에 대응하여 독자적인 '행위 회화(Action Painting)'적 경향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