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는 강황을 비롯한 여러 향신료를 배합한 마살라(향신료 혼합물) 또는 커리 가루를 사용하여 채소나 고기 등을 조리한 요리를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어의 "카레"는 영어 "curry"와 일본어 "カレー(카레)"의 영향을 받아 정착된 명칭으로, 쌀밥 위에 걸쭉한 카레 소스를 끼얹어 먹는 카레라이스 형태로 흔히 소비된다.
어원
영어 "curry(커리)"는 드라비다어족에 속하는 타밀어 "கறி(카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국물" 또는 "소스"를 뜻한다. 네덜란드어 카리엘(carrijl), 포르투갈어 카리(caris) 또는 카릴(caril)을 거쳐 영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어에서 "currey"라는 형태로 최초로 기록된 것은 1747년 영국의 요리책 《The Art of Cookery Made Plain and Easy》(한나 글라스)에 실린 '커리 인도식(currey the India way)' 조리법에서이다. 한편 인도 현지에서는 "커리"라는 단어가 특정 요리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각종 재료에 향신료를 넣어 끓여 만든 다양한 요리를 두루 일컫는 범주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역사
커리의 기원은 인도 아대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기원전 2600년경 인더스 문명 시기인 모헨조다로에서 이미 절구와 막자를 이용해 쿠민, 회향, 마늘, 생강, 겨자, 후추, 강황 등의 향신료를 갈아 음식에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 시기의 향신료 스튜는 현대의 커리와 유사한 형태의 원형("프로토 커리")으로 간주된다.
중세 인도의 커리 원형은 아사포에티다, 카르다몸, 고수, 쿠민, 생강 등을 사용하여 만들었으나, 고추가 없었던 시기라 매운맛은 후추를 통해서만 냈으며 현대의 매운 커리와는 성격이 달랐다. 콜럼버스 교환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에서 고추, 토마토, 감자가 인도에 전해지면서 현대적 의미의 매운 커리가 발전하게 되었다. 16세기 무굴 제국은 북인도 지역에 섬세한 향신료 요리 문화를 전파했으며, 1510년 포르투갈의 고아 교역 거점 설립을 계기로 아메리카 원산 식재료가 인도 요리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었다.
17세기경 영국 동인도 회사와 영국인들이 인도를 거쳐 커리를 영국에 소개하면서, 인도의 다양한 향신료 요리를 단일 범주로 묶는 "커리"라는 개념이 영국 식민지 체제 속에서 형성되었다. 이후 커리 가루(커리 파우더)가 상업적으로 생산·유통되면서 유럽과 세계 각지로 확산되었다.
- 영국: 1772년 워런 헤이스팅스가 향신료와 쌀을 영국에 소개하면서 커리가 더욱 널리 알려졌으며, 이후 C&B(크로스 앤 블랙웰) 등에서 영국인의 입맛에 맞춘 커리 가루가 보급되었다. 영국식 커리는 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루를 사용해 걸쭉한 형태를 띠는 특징이 있다.
- 일본: 메이지 시대에 영국 왕립 해군을 통해 커리가 도입되었고, 일본 해군의 군대 식사로 채택되면서 카레라이스가 만들어졌다. 이후 전역한 군인들이 지역에 퍼뜨려 일본 국민식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1963년 하우스푸드의 '버몬트 카레' 등 인스턴트 루가 출시되면서 대중화가 촉진되었다.
- 한국: 한국에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경 일본 카레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3년 제일식품화성주식회사에서 한국 최초의 즉석 카레 제품인 '스타 카레분'이 출시되었고, 1968년 조흥화학 식품사업부(현 오뚜기)가 카레 가루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오뚜기가 한국 카레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청정원(대상)의 '카레여왕', 매일유업의 '고베식당' 등이 생산되고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카레는 울금(강황) 함량이 높아 노란색을 띠는 특징이 있다.
종류 및 지역적 특징
커리는 지역에 따라 재료와 조리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 남아시아(인도 등): 커리는 지역과 가정마다 고유한 향신료 배합을 사용하며, 흔히 "마살라"라고 부르는 혼합 향신료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요리로 코르마(크림·요거트 베이스), 빈달루(식초·마늘 사용), 로간 조시(카슈미르 양고기 커리), 도피아자(양파 다량), 팔라크 파니르(시금치와 치즈) 등이 있다. 쌀밥이나 난, 로티, 차파티 같은 밀가루 빵과 함께 먹는다.
- 동남아시아: 태국의 커리(깽)는 가루 향신료 대신 신선한 향신채를 빻아 만든 커리 페이스트를 베이스로 사용하며, 녹색(그린), 빨간색(레드), 노란색(옐로) 커리 등이 있다. 코코넛 밀크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 일본: 인도식이나 동남아시아식보다 맵지 않고 걸쭉한 스튜 형태로, 양파·당근·감자 등 채소와 고기를 넣어 만든다. 카레라이스, 카레우동, 카레빵, 카츠카레 등의 파생 요리가 있다.
- 독일: 1949년 베를린에서 시작된 커리부르스트(소시지에 커리 소스와 케첩을 뿌린 음식)가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하다.
- 카리브 제도: 인도인 이민자들이 전파한 염소 커리가 자메이카 등에서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의 소비 형태
한국에서는 카레 가루 또는 인스턴트 카레 루를 이용해 밥에 얹어 먹는 카레라이스가 가장 널리 보급된 형태이며, 2000년대 이후로는 일본식 카레 전문점과 인도식 커리 전문점도 크게 늘었다. 한국식 카레는 일반적으로 일본식 카레의 영향을 받아 달고 걸쭉한 소스가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