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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

개요

‘치미’는 한국어에서 주로 두 가지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키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로 쓰인다. 하나는 전통 목조건축의 지붕 용마루 양 끝에 얹는 대형 장식 기와(한자 鴟尾)이고, 다른 하나는 꿩의 꽁지깃을 묶어 깃대나 기(旗) 끝에 꽂는 장식(한자 雉尾)이다. 이 두 단어는 한자 표기가 다르지만 한글로는 같은 ‘치미’로 적힌다.


1. 건축 용어로서의 치미(鴟尾)

정의

고대의 목조건축에서 지붕 용마루(지붕 마루) 양 끝에 높게 부착하던 대형 장식 기와를 말한다. 왕궁·사찰 등의 전각(殿閣)이나 문루(門樓)에 사용되었으며, 지붕의 필수 부재라기보다는 건물의 격을 높이고 장중함과 반전감(反轉感)을 나타내는 의장적(意匠的) 요소로 기능하였다.

형태와 제작

주로 점토로 제작되었다. 용마루에 얹을 수 있도록 하단부 중앙에 적새(積瓦)와 연결하는 반원형 또는 방형의 홈이 가로로 패여 있어 고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측면에는 몸통과 깃 부분을 구획하는 굵은 돌대가 설정되고, 그 안쪽에 침선(沈線)이나 꽃무늬를 배치하며, 바깥쪽에는 봉황의 날개깃과 같은 단열(段列)이 층을 이루면서 호형(弧形)으로 길게 뻗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앞면은 굴곡된 능골(稜骨)이 반전되고, 뒷면은 무늬가 없는 공백 상태이거나 연꽃무늬 등이 새겨지는 경우가 있다.

기원과 명칭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으나, 길상(吉祥)과 벽사(辟邪)의 상징으로 의장된 상상의 새인 봉황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명칭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 반우(反羽), 진나라 때 치미, 당나라 때 치문(鴟吻) 등으로 불렸고, 통일신라 때는 누미(樓尾)라는 명칭도 쓰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 ‘치미’라는 명칭의 어원에 관해서는 설명이 엇갈린다. 한자 鴟를 ‘올빼미’로 보는 사전도 있고 ‘솔개(소리개)’로 보는 사전도 있어, ‘올빼미 꼬리’ 또는 ‘솔개 꼬리’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병존한다. 관련 분야에서 이 명칭이 해당 기와의 쓰임새나 성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鴟尾 대신 龍尾(용미)로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어느 한 해석이 학계의 확정된 정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대별 양상

  • 고구려: 4∼5세기경 고분벽화에 나타난 궁궐 건물에서 그 흔적이 확인되며, 평양 부근의 여러 절터와 궁궐터에서 소량 출토되었다.
  • 백제: 부여 천도 이후 다수가 제작·유행하였고 일본 아스카문화(飛鳥文化)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소산 서복사지(西復寺址) 출토 치미가 복원되어 있다.
  • 고신라: 황룡사지 출토 치미가 대표적이다. 규모가 매우 커 조립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양 측면과 뒷면에 연꽃과 사람 얼굴 무늬를 엇갈리게 부착한 점이 주목된다. 다만 그 높이에 대해서는 자료에 따라 182㎝(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와 186㎝(일부 소개 자료) 등 수치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수치는 출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통일신라: 양 측면에 변형된 4엽 꽃무늬가 배치되고 층단을 이룬 날개깃만 단순하게 조각된 양식이 나타나며, 건물 내부 닫집에 쓰인 소형 치미와 돌로 만든 치미도 제작되었다.
  • 고려 이후: 당나라 후엽부터 유행한 치문(鴟吻)의 영향을 받아 화재 방지를 목적으로 물을 뿜는 어룡형(魚龍形)으로 의장이 변형되고, 점차 용두(龍頭)·취두(鷲頭) 등의 장식기와로 대체되면서 전통적 치미 형태에서 벗어나 퇴화한 것으로 설명된다.

관련 용어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기와를 통칭하여 ‘망새’라 하며, 형태에 따라 치미(鴟尾 또는 雉尾), 용미(龍尾), 용두(龍頭), 취두(鷲頭)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다만 이 구분과 명칭 사용은 문헌·시대·연구자에 따라 일관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대표 유물

  • 황룡사지 출토 치미(고신라,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 부소산 서복사지 출토 치미(백제,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 익산 왕흥사지 출토 치미(백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치미로 소개된다.
  • 경주 분황사 중문지 출토 치미

2. 복식·의장 용어로서의 치미(雉尾)

꿩의 꽁지깃을 모아 묶어서 깃대 따위의 끝에 꽂는 장식을 가리킨다. 흔히 군기(軍旗)나 농기(農旗)에 사용되었다. 관련어로 꿩의 깃으로 부채 모양으로 만든 ‘치미선(雉尾扇)’, 편경이나 특경 따위에 다는 꿩 꼬리털 술인 ‘치미유소(雉尾流蘇)’ 등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정리

‘치미’는 건축사에서는 지붕 용마루 끝 장식 기와(鴟尾)를 뜻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공신력 있는 자료에서 그 정의·형태·시대별 변천이 기술되어 있다. 한편 복식·의장 분야에서는 꿩 꽁지깃 장식(雉尾)을 뜻하는 별개의 단어로도 쓰인다. 명칭의 어원(올빼미/솔개 해석)과 일부 수치(유물 크기)에 관해서는 자료 간 차이가 있어, 이 부분은 불확실한 정보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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