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수담륜동물(觸手膽輪動物, 학명: Lophotrochozoa)은 동물계의 선구동물(Protostomia)에 속하는 분류군으로, 나선동물(Spiralia) 내의 단계통군(monophyletic group)으로 설정된 상문(Superphylum)이다. 이 분류군은 1995년 헐래니크(Halanych) 등이 18S 리보솜 RNA 유전자의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제안하였으며, 이후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그 유효성이 널리 인정되었다.
촉수담륜동물이라는 명칭은 이 분류군을 구성하는 두 가지 특징적 형질에서 비롯되었다. '촉수'(觸手)는 촉수관동물(Lophophorata)이 지니는 촉수관(lophophore)에서, '담륜'(膽輪)은 담륜동물(Trochozoa)의 트로코포아(trochophore, 담륜자) 유충 단계에서 유래한다. 학명인 Lophotrochozoa 역시 'lopho-'(촉수)와 'trocho-'(바퀴·담륜) 및 'zoa'(동물)의 합성어이다.
촉수담륜동물은 크게 두 하위 그룹으로 나뉜다. 첫째, 담륜자 유충 단계를 거치는 담륜동물(Trochozoa)로, 여기에는 연체동물문(Mollusca), 환형동물문(Annelida), 유형동물문(Nemertea), 내항동물문(Entoprocta), 성구동물문(Sipuncula) 등이 포함된다. 둘째, 섬모가 있는 촉수가 입 주위를 둘러싸는 촉수관 구조를 지닌 촉수관동물(Lophophorata)로, 태형동물문(Bryozoa), 완족동물문(Brachiopoda), 추형동물문(Phoronid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촉수담륜동물의 계통 분류에 관해서는 학계 내에서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각 동물 문(門) 간의 상호 관계나 단계통성 여부에 대해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촉수관동물과 담륜동물의 어느쪽도 단계통군이 아닐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최근의 계통유전체학적 연구에서는 촉수관동물(Lophophorata) 자체가 독립된 분기군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보고되었다.
한편, 편형동물문(Platyhelminthes)이나 악구동물문(Gnathostomulida) 등 일부 분류군이 촉수담륜동물에 속하는지, 아니면 이와 형제 관계에 있는 별도의 분류군인지에 대해서도 연구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제시되고 있어, 이들의 정확한 계통학적 위치는 아직 완전하게 확정되지 않았다.
촉수담륜동물은 선구동물 내에서 탈피동물상문(Ecdysozoa)과 함께 두 개의 주요 계통군을 이루는 것으로 간주된다. 절지동물과 같은 탈피동물은 과거 체절의 존재 등 일부 공통 형질 때문에 환형동물과 함께 분류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분자계통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별개의 계통군인 탈피동물상문에 포함된다.
이 분류군에 속하는 생물들은 대부분 해양 무척추동물로서, 연체동물(오징어, 조개, 달팽이 등)과 환형동물(지렁이, 거머리 등)처럼 인간에게 잘 알려진 종들을 다수 포함한다. 화석 기록상으로도 캄브리아기 이래의 촉수담륜동물로 추정되는 화석이 다수 보고되었으나, 그 정확한 친연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