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본(草本, 抄本, 初本)은 한국어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동음이의어이다.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 그 뜻이 완전히 다르므로, 문맥에 따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초본(草本) — 식물학
식물학에서 초본(草本)은 줄기에 목질(wood)을 형성하지 않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풀'에 해당하는 식물군을 가리킨다. 줄기가 연하고 물기가 많으며, 목본식물(木本植物, 나무)과 달리 형성층의 발달이 미약하여 굵은 줄기를 형성하지 않는다. 한해살이, 두해살이, 여러해살이 등 다양한 생육 형태가 있다. 영어로는 herbaceous plant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벼, 보리, 상추, 토마토, 바나나(파초속) 등이 있으며, 바나나의 경우 일부 관목보다 크게 자라기도 하지만 줄기에 목질이 없어 초본으로 분류된다.
2. 초본(草本) — 출판·문헌학
출판 및 문헌학 분야에서 초본(草本)은 저자가 글이나 문서를 처음으로 작성했던 원고, 즉 초고(草稿)를 의미한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원고이며, 이후 수정·편집 과정을 거쳐 정본(正本)이나 완성본이 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초본이 2단계로 제작되는 경우에는 초초본(初草本)과 중초본(重草本), 3단계로 제작되는 경우에는 초초본, 중초본(中草本), 정초본(正草本)의 용어가 사용되었다. 『조선왕조실록』 편찬 과정에서도 이러한 단계적 초본 작성이 이루어졌다. 초상화나 지도 등 그림의 제작 과정에서도 밑그림으로서의 초본이 제작되었다. 원고본(原稿本), 초고(草稿), 초고본(草稿本), 초안(草案) 등으로도 불린다.
3. 초본(抄本) — 행정·법률
행정 및 법률 분야에서 초본(抄本)은 원본 문서에서 필요한 일부 내용만을 발췌하여 옮겨 적은 문서를 말한다. 넓은 의미의 사본(寫本)에 속하며, 등본(謄本, 원본 전체를 복사한 것)과 달리 원본의 일부만을 추린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주민등록초본'이 있으며, 주민등록표 원본 중에서 특정 항목(예: 세대 구성, 주소 변동 사항 등)만을 발췌하여 발급한다. 법적 효력은 등본에 비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4. 초본(初本) — 문헌학
문헌학에서 초본(初本)은 필사본 중에서 가장 처음 쓰여진 문서를 의미한다. 이는 '초판본(初版本)'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으나, 인쇄본이 아닌 필사본에 주로 적용되는 용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