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벌은 한국어에서 "같은 일을 여러 차례 거듭하여야 할 때에 맨 처음 대강 하여 낸 차례"를 뜻하는 명사이다. '초(初)'는 '처음'을 뜻하는 한자이며, '벌'은 같은 일을 거듭할 때 그 차례를 세는 데 쓰는 고유어로, '애벌', '두벌', '세벌' 등과 같은 계열의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널리 알려진 어휘이다.
주요 용법과 맥락
1. 도자기 공정에서의 초벌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약을 바르기 전에 형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굽는 단계를 '초벌' 또는 '초벌구이'라고 한다. 이후 유약을 입힌 뒤 다시 굽는 과정을 '재벌' 또는 '재벌구이'라고 한다. 초벌구이는 도자기의 형태를 고정하고 표면을 다듬어 유약이 잘 입혀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2. 요리, 특히 고기 구이에서의 초벌 한국 고기 구이 문화에서 '초벌'은 재료를 완전히 익히기 전에 미리 한 번 익혀 두는 조리 방식을 가리킨다. '초벌구이'라고도 하며, 갈비·장어·막창처럼 두껍거나 기름기가 많아 불 조절이 까다로운 메뉴에서 특히 활용된다. 초벌을 거치면 겉면의 향이 먼저 잡히고 육즙 손실이 줄어들며, 손님 앞에서는 마지막 마무리만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프랑스 요리의 블랑시르(blanchir)나 영미권의 파쿡(par-cook)과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3. 일반적인 '첫 번째 대강의 작업' 의미 번역, 그림, 설거지 등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 작업에서 첫 번째로 대강 해내는 단계를 가리키는 데에도 쓰인다. 예를 들어 '초벌번역'(1차 초벌 번역), '초벌그림'(밑그림), '초벌설거지'(첫 번째 대강의 설거지) 등이 있다.
관련 어휘 '초벌' 다음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로는 '두벌'이 있으며, 2025년 표준국어대사전 개정에서 '재벌'(再벌)이 "초벌 다음에 두 번째로 하는 일"이라는 뜻의 표제어로 새로 추가되었다. 농사에서는 김매기를 초벌·두벌·세벌로 나누어 하는 관행이 있었다.
어원 '초벌'은 한자 '初'(처음)와 고유어 '벌'(차례)이 결합한 형태로,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여러 차례로 나누어 일을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