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캐넌(러시아어: Царь-пушка, 차리-푸시카, 영어: Tsar Cannon)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경내에 전시되어 있는 대형 화기이다. 러시아어로 '황제의 대포'라는 의미를 지닌다.
개요
차르 캐넌은 1586년, 차르 표도르 이바노비치(이반 뇌제의 아들)의 치세 당시 모스크바의 대포 주조장에서 러시아의 청동 주물 장인 안드레이 초호프(Andrey Chokhov)가 주조한 청동제 대포이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이 대포는 구경이 가장 큰 사석포(벌브 캐넌)로 기록되어 있다.
제원
무게는 약 39,312kg(약 39.3톤), 전장은 5.34m, 포신의 내경(구경)은 890mm, 외경은 1,200mm이다. 포신에는 차르 표도르 이바노비치의 승마 모습을 비롯한 부조 장식이 새겨져 있으며, 운반을 위한 8개의 직사각형 브래킷이 주조되어 있다. 현재의 3륜 주철 포차(砲車)와 대포 앞에 놓인 장식용 주철 포탄(각각 약 1톤)은 1835년에 추가된 것으로, 실용적 목적보다는 전시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분류 및 용도
차르 캐넌은 현대적 분류로는 포신 길이가 구경의 6배에 불과하여 박격포(모르타르)에 가깝지만, 17~18세기 당시에는 '폭격포(봄바르다)'로 분류되었다. 본래는 돌로 된 산탄(포도탄)을 발사하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러시아 산탄총(Дробовик Российский)'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역사
차르 캐넌은 실전에서 사용된 기록이 없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당시 모스크바 방어용으로 투입이 고려되었으나, 포탄 장전의 어려움과 발사 시 발생하는 엄청난 반동 및 충격 문제로 인해 실전 배치되지 못했다. 1980년 세르푸호프에서 이루어진 복원 과정에서 포병 전문가들이 포신 내부를 정밀 조사한 결과, 화약 잔류물이 발견되어 적어도 한 차례 시험 발사 또는 예식용 발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점화 구멍의 부재 등을 근거로 실제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상반된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볼테르는 크렘린의 두 가지 가장 위대한 물건에 대해 "울리지 않는 종(차르의 종)과 발사되지 않는 대포(차르 캐넌)"라는 유명한 농담을 남겼다.
의의
차르 캐넌은 실질적인 군사적 목적보다는 당대 루스 차르국의 부와 기술력, 야금술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는 모스크바 크렘린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이며, 차르 봄바(수소폭탄), 차르의 종(대형 종)과 함께 '차르 시리즈'로 묶여 언급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