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 혹은 질병실인증, 질병불각증)은 장애(disability)가 있는 사람이 근원적인 신체 증상 때문에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신경정신적 장애(neuropsychiatric disorder)에 해당하며, 자의식(self-awareness)의 결여로 특징지어진다.
어원과 명명
"질병인식불능증"이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어 ἀ-(a-, "없다"), νόσος(nosos, "질병"), γνῶσις(gnōsis, "앎")에서 유래한 영어 "anosognosia"를 번역한 것이다. 이 용어는 신경학자 조셉 바빈스키(Joseph Babinski)가 1914년에 처음으로 명명하였다.
발생 원인
질병인식불능증은 뇌 구조, 흔히 두정엽(parietal lobe)에 가해진 생리적 손상(physiological damage) 또는 우반구의 전두-측두-두정엽 영역(fronto-temporal-parietal area)에 발생한 미만성 병변(diffuse lesion)으로부터 발병한다. 질병인식불능증은 뇌졸중(stroke), 외상성 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y) 등 뇌손상을 일으키는 질병 이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급성 뇌졸중 발병과 함께 발생한 반신부전마비(hemiparesis)에 대한 질병인식불능증은 약 10~18%에서 나타난다. 만성 질환보다는 급성 질환에서 더 자주 발생하며, 좌반구보다 우반구 손상의 경우가 많다.
최초 발견 이후로 증상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는 질병인식불능증을 단일 원인에 의한 장애라기보다는 복합요소증후군(multi-componential syndrome) 또는 복합면체현상(multi-faceted phenomenon)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임상적 특징
질병인식불능증은 현상학적으로 심리학적 방어기제인 부인(denial)과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환자는 자신의 팔이나 다리 등 신체 일부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신체인식불능증(asomatognosia)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감각 손실(sensory loss)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보다는, 체성감각계와 같은 공간 표상 및 신체 표상을 지지하는 신경인지처리(neurocognitive process) 과정의 손상에서 비롯된다. 질병인식불능증은 편측공간무시(unilateral neglect)와도 관련이 있으며, 이는 비지배적인 대뇌피질 반구(보통 우반구)의 손상 이후에 발견된다.
정신의학적 측면
질병인식불능증은 뇌손상이나 뇌졸중 이후의 신체 장애 인식 문제를 가리킬 뿐만 아니라, 정신의학적 맥락에서도 사용된다. 거식증(anorexia nervosa) 환자에게서 보이는 통찰 결여(lack of insight)를 지칭하기도 하며, 조현병(schizophrenia) 환자나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환자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정신과 의사 풀러 토리(E. Fuller Torrey)는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있어 질병인식불능증이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진단
임상적으로는 환자에게 설문지를 제시하여 자신의 결함에 대한 메타인지 지식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기존 설문지는 이 현상의 다면적 성질을 온전히 평가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CT 촬영을 통해 뇌 병변의 위치와 질병인식불능증의 상관관계를 평가하기도 하며, 측두두정영역(temporoparietal region) 및 시상영역(thalamic region) 내 병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치료
신경 관련 질병인식불능증 환자에 대한 장기적 표준 치료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칼로리 반사 시험(caloric reflex testing)과 같은 전정계 자극이 장애 인식 불능을 일시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그 기전은 명확하지 않다. 질병인식불능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될 수 있으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장기 사례의 경우 환자가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도록 훈련하는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또는 피드백 기반 접근이 시도된다.
질병인식불능증은 환자가 의학적 도움을 구하는 것을 차단하고 재활 치료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신 질환 환자의 경우 인식 불능은 약물 치료 거부 및 재입원과 연관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강제 치료의 필요성과 관련한 복잡한 법적·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질병인식불능증은 신경학 및 정신의학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임상 개념으로, 위키백과를 비롯한 여러 공신력 있는 의학·심리학 정보원에서 광범위하게 다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