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IVERSE

진여

진여(眞如)는 "있는 그대로의 것", "꼭 그러한 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따타따(tathatā, तथाता)의 번역어이다. 어원적으로는 '그러한 상태', '그와 같은 상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의미하며, 대승불교에서 사물이나 개체, 혹은 인식의 궁극적 본성을 가리키는 핵심 불교 용어이다.

어원과 번역의 변천

산스크리트어 'tathatā'는 '그와 같이', '그러한'을 뜻하는 부사 'tathā'에 추상명사 어미 '-tā'가 결합하여 형성된 단어이다. 최초의 한역어는 지루가참(Lokakṣema)이 179년에 번역한 『도행반야경』에서 등장하는 '본무(本無)'였다. 이는 『노자』의 '무(無)' 개념을 빌려 번역한 격의불교적 표현이다. 이후 『방광반야경』에서 '여(如)' 또는 '여여(如如)'로 번역되었고, 석도안(釋道安, 312~385)의 『도행반야경서』에서 비로소 '진여(眞如)'라는 번역어가 등장하였다.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진여라는 번역어가 정착된 데에는 『대승기신론』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불교 사상사에서의 전개

원시불교의 교의에 따르면,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이다. 즉 모든 사물은 연기(緣起)의 존재일 뿐이며, 진여는 이 연기의 이법(理法)이 영원한 진리임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아비달마불교의 화지부(化地部)에서는 법 분류 체계에서 선법진여(善法眞如), 불선법진여(不善法眞如), 무기법진여(無記法眞如), 도지진여(道支眞如), 연기진여(緣起眞如) 등을 열거하여 진여를 불변의 진리 혹은 본성의 의미로 사용하였다.

대승불교 초기 문헌인 『팔천송반야』에서 진여 개념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한다. 이 경전에서는 오온(五蘊) 각각의 진여나 붓다와 아라한의 진여를 논하면서, 이 모든 존재와 개념의 공성(空性)을 주장한다. 이에 따라 진여는 공성뿐 아니라 법계(法界), 법성(法性), 실제(實際), 진실(眞實), 승의(勝義), 무상(無相) 등과 동의어로 간주된다.

유가행파(瑜伽行派)에서는 진여 개념을 더욱 심화하였다. 『해심밀경』은 7종 진여설을 제시하는데, 유전진여(流轉眞如)·실상진여(實相眞如)·요별진여(了別眞如)·안립진여(安立眞如)·사행진여(邪行眞如)·청정진여(淸淨眞如)·정행진여(正行眞如)가 그것이다. 『변중변론』은 진여의 의미를 '변함이 없는 것[無變異, ananyathā]'이라고 설명한다. 『성유식론』은 보살의 수행 단계인 10지(地)에 따라 증득하는 10진여설을 주장한다. 또한 『섭대승론석』은 진여를 유구진여(有垢眞如)와 무구진여(無垢眞如)로 구별하기도 하는데, 이는 여래장사상의 기본틀을 이룬다.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독자적 발전

동아시아 불교에서 진여 개념 정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승기신론』은 일심(一心)을 심진여(心眞如)와 심생멸(心生滅)의 두 문(門)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진여를 중생심의 본체로 보고, 언어를 떠난 진여인 이언진여(離言眞如)와 언어에 의지하는 진여인 의언진여(依言眞如)로 구분한다.

인도불교에서 진여는 모든 사물과 개체의 본질로서 변하지 않는 것(無變異)을 의미한 반면, 『대승기신론』의 진여는 연(緣)을 만나 변화할 가능성을 포함한다. 원효와 법장은 이를 불변진여(不變眞如) 또는 응연진여(凝然眞如)와 수연진여(隨緣眞如)라는 두 개념으로 구분하였으며, 이는 동아시아 불교 특유의 개념으로 평가된다.

의의

진여는 대승불교 전반에서 현상 세계 그 자체, 또는 모든 현상적 차별상을 초월한 절대의 세계, 또는 우주의 진리인 법신(法身)의 본질인 법성(法性)을 뜻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법성의 맥락에서 진여는 법성의 실상이 언제나 변함없이 진실하여 여여(如如)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둘러보기

더 찾아볼 만한 주제

    전체 문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