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指定)은 한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로, 발음은 [지정][tɕidʑʌ̹ŋ]이며, 한자 구성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동음이의어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의미 외에도 건축, 식물,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뜻으로 쓰인다.
1. 지정(指定) — 가리켜 정함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의미로, "가리켜 정함"을 뜻한다. 특정 대상을 정하여 지목하거나 임명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예컨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자리를 지정받다"와 같이 쓰이며, 파생 동사로 '지정하다', '지정되다'가 있다. 관공서, 학교, 회사, 개인 등이 특정 대상에게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거나 특정한 것을 정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추석 전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다", "시에서는 이 지역을 도시 자연공원으로 지정하였다"와 같은 용례가 있다.
'지정(指定)'은 '지명(指名)', '선정(選定)', '임명(任命)' 등과 의미상 인접한 단어로, '지정'은 특정 대상을 정하여 지목하거나 임명하는 측면이 강하며, '선정'은 여러 대상 중 적합한 것을 골라 뽑는 선택 과정이 강조되는 차이가 있다.
2. 지정(至情) — 지극한 정분
"지극한 정분", "지극한 충정", "아주 가까운 친척"을 뜻한다. 한자 至(지극할 지)와 情(정 정)으로 구성되며, 정이 지극히 두터운 상태를 가리킨다.
3. 지정(地釘) — 건축 용어
건설 분야에서 집터나 건물 부지의 바닥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박는 통나무 토막이나 콘크리트 기둥을 뜻한다. 한자 地(땅 지)와 釘(못 정)으로 구성된다.
4. 지정(地定) — 전통 건축 공법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지정은 구조물을 세우기 위하여 연약한 지반을 개량하거나 보강하는 전통 건축 공법이다. 고유어로는 '디뎡'이라 하였고, 한자로는 '복정(卜定)'이라고도 썼다. 여러 건물이 들어설 전체 대지의 지반을 보강하는 일을 뜻하며, 개별 건물의 지반을 보강하는 '기초(基礎)'와 구분된다. 종류로는 흙을 층층이 다져 올리는 토축지정, 나무말뚝을 박는 말뚝지정, 적심석을 이용한 적심석지정, 장대석을 '井'자형으로 쌓는 장대석지정, 모래를 물과 함께 다지는 입사지정 등이 있다. 조선 후기 한양 도읍 조성이나 수원 화성 축조 등에서 이러한 지정 공법이 활발히 사용되었다.
5. 지정(地丁) — 식물명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민들레'를 이르는 말이다. 원줄기 없이 이른 봄 뿌리에서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 잎이 배게 나며, 높이 30㎝ 정도의 꽃줄기 끝에 누런 꽃이 4~5월에 두상(頭狀) 화서로 핀다. 잎은 식용하고, 꽃 피기 전의 뿌리와 줄기는 한방에서 땀을 내게 하거나 강장하는 약으로 쓴다.
6. 지정(地精) — 식물명
두릅나뭇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인삼'을 이르는 말이다. 높이 60㎝ 정도이며, 뿌리는 희고 비대한 다육질인데 강장제로 귀중히 여겨진다.
7. 지정(池亭) — 못가의 정자
못가에 세운 정자를 뜻한다. 한자 池(못 지)와 亭(정자 정)으로 구성된다.
8. 지정(至正) — 역사 연호
중국 원나라 순제(順帝) 때 사용된 연호(1341~1370)이다. 한국 역사에서 이 연호는 원 간섭기 고려의 공민왕 집권 초기와 겹치는 시기와 관련이 있다.
9. 지정(支定) — 고정 소작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풍년이나 흉년에 관계없이 해마다 일정한 금액으로 정하여진 소작료를 뜻한다. '정도(定賭)'와 같은 뜻이다.
10. 지정(知情) — 남의 사정을 앎
남의 정상을 아는 것을 뜻한다. 파생 동사로 '지정하다'가 있다.
이 외에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정거리다'의 어근으로서의 '지정', '지정하다(至正하다, 至精하다)'의 어근으로서의 '지정' 등이 별도로 등재되어 있다. '지정하다'의 경우 한자에 따라 "더할 나위 없이 바르다"(至正),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다"(至精), "더할 나위 없이 정밀하다"(至精) 등의 의미가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 '지정'은 주로 첫 번째 의미인 '지정(指定, 가리켜 정함)'으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