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프리트 겐테(Siegfried Genthe, 1870~1904)는 독일의 여행가, 지리학자, 기자이다.
생애
1870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쾰른 신문사(Kölnische Zeitung)에 기자로 입사하였다. 1898년 첫 특파원 발령지인 미국 워싱턴을 시작으로 사모아, 모로코, 중국 등 당시 유럽 열강의 관심 대상이었던 분쟁 지역을 중심으로 취재 활동을 수행했다. 1900년 가을에는 중국에서 의화단 사건(북청사변)을 취재하였다.
조선 방문
1901년 6월, 중국에서 업무를 마친 후 조선을 방문하여 제물포항에 도착하였다. 약 6개월간 조선에 체류하며 서울, 강원도 당현금광(당시 독일 자본으로 운영되던 금광), 금강산, 동해안을 여행하였고, 1901년 10월 제주도로 향했다.
한라산 등반과 측량
1901년 10월, 겐테는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한라산 정상(백록담)에 등반한 인물로 기록된다. 당시 제주목사 이재호의 만류와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으나, 수행원 및 호위대와 함께 영실 코스를 통해 등반을 감행하였다. 그는 아네로이드 기압계(무수은 기압계)를 사용하여 한라산의 높이를 1,950m(6,390피트)로 측정하였다. 이는 현대적 측량 기법을 통해 한라산 높이를 최초로 측정한 사례로 평가받으며, 일제강점기 일본 측량보다 앞선 기록이다. 또한 그의 여행기에는 한라산을 '화산'으로 지칭하고 용암류, 현무암, 응회암 등 지질학적 용어를 사용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어, 제주를 화산섬으로 주목한 최초의 서구 인물 중 한 명으로 간주된다.
저술 활동
겐테의 조선 여행기는 1901년 10월부터 1902년 11월까지 쾰른 신문에 장기 연재되었다. 그의 사후인 1905년, 동료 게오르크 베게너(Georg Wegener) 박사에 의해 『겐테, 코리아(Genthe, Korea)』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베를린에서 출간되었다. 해당 기록은 미국의 데이비드 니멘스 교수로부터 "초기 구미인들의 제주 답험기 중 백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7년 권영경의 번역으로 『독일인 겐테가 본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책과함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사망
1903년, 분쟁 지역인 모로코에 특파되었으나同年 3월 8일 평소 다니던 산책길에서 실종되었다. 1년 후인 1904년 3월 8일, 실종 장소에서 멀지 않은 페스(Fes) 강변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 34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