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지구자기역전(地球磁氣逆轉, geomagnetic reversal)은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 역전하여 자북(磁北)과 자남(磁南)의 위치가 서로 바뀌는 현상이다. 현재의 지구 자기장에서는 나침반의 N극이 북쪽을 가리키지만, 과거에는 반대로 남쪽을 가리켰던 시기가 여러 차례 존재했다.
개요
지구 자기장은 지구 외핵(外核)에 있는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 혼합물의 대류에 의해 생성된다. 이러한 대류는 핵에서 열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지오다이너모(geodynamo) 과정을 통해 전류를 만들고, 이 전류가 자기장을 형성한다. 외핵 내부의 대류 흐름이 불규칙하게 변하면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에 변화가 발생하며, 이 과정이 축적되어 지구자기역전이 일어난다.
지구자기역전이 일어나는 동안 자기장의 세기는 정상 상태의 10~20% 수준으로 감소하며, 비쌍극자기장(非雙極子磁場)이 우세하게 나타나다가 반대 방향으로 자기장의 세기가 점차 증가한다.
연구사
1920년대, 일본의 고지자기학자 마쓰야마 모토노리(松山基範, Motonori Matsuyama)는 효고현의 현무암에서 현재의 지구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배열된 자성 광물을 발견하여 처음으로 지자기 역전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후 1950~1960년대에 걸쳐 해저 확장설과 결합하여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196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바인(Fred Vine)과 매슈스(Drummond Matthews)는 해령(海嶺) 주변에서 관측된 얼룩말 무늬의 자기 이상 패턴이 지구 자기장의 역전과 해저 확장을 연결짓는 증거임을 밝혀내는 논문을 《네이처》(Nature)에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이후 판구조론(板構造論) 확립의 핵심적인 기초가 되었다.
주기와 빈도
지구자기역전의 주기는 일정하지 않으며 매우 불규칙적이다. 약 4,000만 년 동안 역전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백악기 초저속기, Cretaceous superchron)가 있는가 하면, 수십만 년에 한 번씩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8,000만 년 동안 지구 자기장은 약 180회 이상 역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최근의 완전한 지구자기역전은 브뤼네-마쓰야마 역전(Brunhes–Matuyama reversal)으로, 약 78만 년 전에 발생하였다. 이 역전이 완료되는 데 걸린 시간에 대해서는 수천 년에서 수만 년에 이르기까지 학설이 다양하다.
지자기 회유(Geomagnetic Excursion)
지자기 회유(地磁氣回遊)는 자기장의 방향이 완전히 역전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정상 상태에서 크게 벗어났다가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가상 지자기극이 지리적 극에서 40° 이상 벗어날 때 지자기 회유로 간주한다. 지자기 역전보다 약 10배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지자기 회유는 라샹 사건(Laschamp event)으로, 약 41,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동안 발생하였다. 이 시기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현재의 4~5% 수준으로 약화되었다.
영향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지구자기역전이 발생하는 동안 자기장이 약화되면 다음과 같은 영향이 우려된다:
- 위성 및 전자 장비: 자기장 약화로 고에너지 입자가 대기권 깊숙이 침투하여 인공위성, GPS, 통신 장비의 오작동이나 수명 단축을 초래할 수 있다.
- 생태계: 철새, 돌고래 등 지구 자기장을 항법에 이용하는 생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대기: 자기장 보호 기능이 약화되면 대기 상층부의 산소 이온 탈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지구 대기권 자체도 두꺼운 방어막 역할을 하므로 지표면의 생명체가 직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자기역전이 생물 대멸종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의 관측
최근 200년간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며, 특히 남대서양 지역(남대서양 변칙 지역, South Atlantic Anomaly)에서 자기장이 유난히 약한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또한 자북극(磁北極)은 캐나다 북부에서 시베리아 방향으로 연간 약 40~50km씩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구자기역전의 전조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같이 보기
- 지자기
- 지오다이너모
- 고지자기학
- 브뤼네-마쓰야마 역전
- 라샹 사건
- 자기권
- 판구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