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蒸溜, distillation)는 액체 상태의 혼합물에 포함된 각 성분의 끓는점 차이(상대휘발도)를 이용하여 물질을 분리하는 물리적 방법이다. 두 혼합물 사이의 화학 반응 없이 물리적인 분리만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리 모든 물질은 각각 고유한 끓는점을 가지고 있다. 끓는점이 서로 다른 혼합물을 가열하면 끓는점이 낮은 성분이 먼저 증발하여 기체가 되고, 이 기체를 냉각(응축)하여 다시 액체로 환원함으로써 분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끓는점 100°C)과 메탄올(끓는점 64.7°C)의 혼합물을 가열하면 메탄올이 먼저 증기로 나오지만, 물도 일부 섞여 나오므로 한 번의 증류로 완전한 분리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재증류(반복 증류)를 통해 점차 순수한 물질을 얻을 수 있다. 증류 초기에 나오는 휘발성 불순물이 섞인 부분을 전류분(前留分)이라 하여 버리고, 증류 플라스크에 조금 남겨 비휘발성 불순물이 섞여 나오는 것을 방지하는 부분을 후류분(後留分)이라고 한다.
종류 증류는 분리 목적과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단순 증류(단증류)는 끓는점 차이가 큰 혼합물을 분리할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분별 증류는 증류탑 내에서 기화와 응축을 반복하여 끓는점이 가까운 성분들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석유 정제 과정에서 원유를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여러 분획으로 나눌 때 사용된다. 수증기 증류는 물과 섞이지 않는 물질을 수증기와 함께 증류하여 끓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분리하는 방법으로, 향료 정제 등에 사용된다. 진공 증류는 압력을 낮추어 끓는점을 낮춘 상태에서 증류하는 방법으로, 열에 민감한 물질의 분리에 활용된다.
용도 증류는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석유 정제에서는 원유를 증류하여 휘발유, 경유, 등유, 나프타 등 다양한 연료와 석유화학 원료로 분리한다. 공기 분리 공정에서는 액체 공기를 증류하여 질소, 산소, 아르곤 등의 기체를 분리한다. 화학 및 생물학 실험실에서는 용매 정제, 시약 제조, 증류수 생산 등에 증류가 사용된다. 식품·주류 산업에서는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데킬라 등의 증류주 제조와 정유(精油) 추출에 증류 기술이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역사 증류의 역사는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의 바빌로니아에서 초기 증류 장치가 사용된 데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500년경 파키스탄 지역에서 알코올 분리를 위한 증류 장치가 발굴된 사례도 있다. 1세기경 고대 그리스에 증류 기술이 전달되었으며, 8세기경 중세 이슬람 화학자들(자비르 이븐 하이얀, 알 킨디, 알 라지 등)에 의해 증류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다. 알 킨디는 순수한 알코올을 증류한 최초의 화학자로 기록되며, 알 라지는 세계 최초로 석유에서 등유를 증류하였다. 11세기 초 이븐 시나는 수증기 증류법을 이용하여 향료(정유)를 정제하였다. 이후 12세기경 중세 유럽으로 증류 기술이 전파되었고, 1512년 독일의 연금술사 브라운쉬바이그가 증류만을 독자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 《증류 기술》을 저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