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세보》(中山世譜, 중국어 병음: 중산스푸, 일본어: 주잔세이후)는 류큐국(琉球國)의 정사(正史)로, 쇼테이왕(尚貞王)의 명을 받들어 편찬한 역사서이다. 류큐국의 공식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편찬된 사서로, 한문으로 작성되었다.
편찬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판본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사이 타쿠(蔡鐸, 1645~1725) 등을 중심으로 1701년(강희 40년)에 편찬한 채탁본(蔡鐸本)이며, 두 번째는 이후 사이 타쿠의 아들인 사이 온(蔡温, 1682~1761) 등의 증수(增修)를 거친 채온본(蔡温本)이다. 현재 채탁본은 소실되었으며, 현존하는 《중산세보》는 대부분 채온본이다.
류큐 최초의 정사인 《중산세감》(中山世鑑, 1650)이 일본어 화문체(和文體)를 기본으로 한 편년체(編年體)로 작성된 것과 달리, 《중산세보》는 중국식 편년체와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의 절충 방식으로 편찬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차이는 류큐 왕국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중시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산세보》의 구성은 정권(正卷) 13권과 부권(附卷) 7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권은 생년월일과 가족관계 등을 다루는 총서(總序), 군주의 즉위 전 기록과 추존 군주의 기록을 다루는 부기(附紀), 군주의 재위 기록을 다루는 기(紀)로 구성되어 있다. 부권은 인물 중심의 편년체가 아니라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한 기사본말체 방식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내용상으로는 천손씨(天孫氏)에 시작해서 슌텐왕(舜天王)부터 쇼타이왕(尚泰王)까지의 역대 국왕의 사적을 다루고 있다. 다만 천손씨 왕통에 관한 기록 등은 상씨왕조의 통치 정당성과 신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있어, 학계에서는 이를 역사적 사실 그대로가 아닌 왕조 미화적 요소가 포함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역사적 가치 측면에서 《중산세보》는 류큐 왕국의 정치·외교·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1차 사료로,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포함한 류큐의 국제적 위치를 조명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같은 류큐 정사 계열의 《중산세감》, 《구양》(球陽) 등과 함께 류큐사 연구의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