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성주의(中國의 女性主義)는 중국 역사 속에서 여성의 권익 신장, 성평등 실현, 가부장적 구조 타파를 목표로 전개된 다양한 사상적 흐름과 사회 운동을 총칭한다. 서구의 페미니즘 이론이 유입되기 이전부터 고유한 여성 해방 담론이 존재하였으며, 근대 이후 서구 문명의 충격과 혁명, 개혁개방 과정을 거치며 독자적인 이론적·실천적 지형을 형성해 왔다.
1. 근대 이전의 여성 담론과 자각 전근대 중국은 유교적 가부장제(삼종지도, 칠거지악 등)가 지배적이었으나, 여성 지식인들의 글쓰기(규방문학), 여학교 설립 운동(진일관 여학당 등), 반전족(纏足) 운동 등 여성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산발적으로 존재했다. 청나라 말기 캉유웨이(康有爲), 량치차오(梁啓超) 등 개혁파 지식인들은 여성 해방을 부국강병의 전제 조건으로 주장하며 전족 폐지, 여자 교육, 재가 허용 등을 주장했다.
2. 신해혁명기와 5·4운동기 (1910~1920년대) 신해혁명 이후 공화국 수립 과정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전개되었으나 실패했다. 1919년 5·4운동은 반봉건·반제국주의 기치 아래 '인격 해방'과 '여성 해방'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천두슈(陳獨秀), 후스(胡適) 등 신지식인들은 잡지 『신청년』 등을 통해 일부다처제 비판, 자유연애, 여성 경제적 독립을 주장했다. 이 시기 여성 잡지 『여자잡지』(女子雜誌), 『낭자군』(娘子軍) 등이 창간되어 여성 담론의 장을 형성했다.
3. 중국공산당과 여성 해방 (1920~1949년) 중국공산당(중공)은 창당 초기부터 여성 문제를 계급 투쟁의 일환으로 파악했다. 1922년 '중국공산당 제2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여성 해방 강령을 채택하고, 샹징위(向警予) 등 여성 간부를 중심으로 여성 노동자·농민 조직화에 나섰다. 옌안(延安) 시기(1937~1947)에는 『결혼조례』 제정, 부녀회 조직, 대약진 운동기 '철의 여인' 담론 등을 통해 "여성은 하늘의 반쪽을 떠받든다"(婦女能頂半邊天)는 구호 아래 여성의 공적 노동 참여와 가사 노동 사회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시기 여성 해방은 주로 계급 해방에 종속되는 '국가 여성주의(State Feminism)' 성격이 강했다.
4. 마오쩌둥 시기 (1949~1976년) 신중국 수립 후 1950년 『혼인법』 공포로 일부다처제·매매혼 금지, 이혼 자유화, 재산 균분 등을 법제화했다. 인민공사 시기 여성의 집단 노동 참여가 확대되었으나, '성별 차이 소멸'을 명분으로 여성의 생리적·사회적 특수성이 간과되는 '성중립적'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문화대혁명기에는 '계급 투쟁' 논리 속에서 여성 문제가 다시 주변화되었다.
5. 개혁개방기와 현대 여성주의 (1978년~현재)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서구 페미니즘 이론(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급진적,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등)이 본격적으로 유입·번역되면서 학계와 운동권에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었다.
- 학술적 제도화: 1980년대 베이징대, 난징대 등에 여성학 연구소 설립, 『여성연구』(婦女硏究) 등 학술지 창간.
- 법·제도 변화: 『부녀권익보장법』(1992, 2005 개정), 『고용촉진법』, 『가정폭력방지법』(2016) 등 제정.
-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UN 제4차 세계여성회의) 개최: 중국 여성 운동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NGO 활성화의 계기가 됨.
- 현대적 쟁점: 고용·승진 성차별, 농촌 여성 토지 권리, 가정 내 무급 돌봄 노동, 성폭력·가정폭력, '잉여 여성(剩女)' 담론, 메투(#MeToo) 운동(2018년 뤄첸첸 사건 등), 생식 권리(대리모, 낙태 접근성), 성소수자(LGBTQ+) 권리 연대 등.
6. 주요 이론적 특징과 논쟁 중국 여성주의는 '국가 여성주의(State Feminism)'의 유산과 '시장화·세계화' 속에서 생성된 '민간/학술 여성주의(NGO/Academic Feminism)'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 있다.
- 당-국가 주도의 여성 해방: 법제도 정비, 공적 영역 진출 확대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 국가 권력에 의한 동원·통제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비판(왕정王政, 리샤오장李小江 등)이 제기된다.
- 차이 강조 vs 평등 강조: '여성의 특수성(모성 등)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차이 페미니즘)과 '성별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평등 페미니즘) 사이의 논쟁이 지속된다.
- 포스트사회주의 페미니즘: 개혁개방 이후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제로의 전환이 여성에게 이중적 부담(노동 시장 차별 + 가사 전담)을 지웠음을 분석하며, 계급·지역·민족·섹슈얼리티 교차성을 고려한 접근이 시도된다(예: 펑위안馮媛, 샤오메이리肖美麗 등 활동가·학자).
7. 현황과 과제 2010년대 이후 소셜 미디어(SNS)를 기반으로 한 청년 세대의 '네트워크 여성주의'가 활발해졌으나, 2020년대 들어 페미니즘 관련 계정 삭제, 단체 해산, 활동가 구금 등 당국의 규제와 검열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중국 여성주의는 국가 권력과의 협상, 온라인·오프라인 연대 방식의 변화, 국제 연대 모색 등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