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입자(準粒子, quasiparticle)는 물리학, 특히 응집물질물리학(condensed matter physics)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상호작용하는 다수의 입자들로 이루어진 계(系) 내에서 마치 하나의 독립된 입자처럼 행동하는 집단적 여기 상태(excitation state)를 가리킨다. 엄밀한 의미의 기본 입자는 아니지만, 계 내에서 유효 질량(effective mass)과 같은 입자적 성질을 지니며 운동한다.
이 개념은 1930년대 소련의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Lev Landau)가 액체 헬륨-3을 연구하기 위해 개발한 페르미 액체 이론(Fermi liquid theory)에 기원을 둔다. 란다우는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많은 입자들로 구성된 계에서, 낮은 에너지의 여기 상태를 마치 상호작용이 없는(혹은 약한) 독립적인 입자들로 취급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렇게 도입된 준입자는 주변의 다른 입자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 '구름'에 둘러싸여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자유 입자처럼 움직인다.
준입자의 개념은 양자역학적 다체 문제(many-body problem)를 단순화하는 중요한 도구로, 응집물질물리학에서 널리 활용된다. 대표적인 준입자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포논(phonon): 결정 격자의 진동을 양자화한 준입자로, 고체 내에서 열과 소리의 전달을 설명한다.
- 매그논(magnon): 자성체 내에서 스핀 파동(spin wave)의 양자화된 준입자이다.
- 플라즈몬(plasmon): 금속이나 반도체 내에서 전자 밀도의 집단적 진동(플라즈마 진동)을 양자화한 준입자이다.
- 폴라론(polaron): 결정 격자 내에서 전자와 그 전자에 의해 유발된 격자 변형이 결합하여 형성되는 준입자이다.
- 엑시톤(exciton): 반도체나 절연체에서 전자와 정공(홀)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한 준입자이다.
준입자는 기본 입자와 달리 진공 속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반드시 모체가 되는 물질계(고체, 액체 등) 내에서만 정의된다. 또한 온도가 충분히 낮은 조건에서 준입자 간의 상호작용이 무시 가능해지며, 이때 개별 준입자의 특성을 연구함으로써 계 전체의 열용량, 전기 전도도, 열전도도 등 다양한 물리적 성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준입자의 개념은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에서의 드레스드 입자(dressed particle) 개념과 강한 유사성을 지닌다. 다만 준입자는 주로 응집물질계의 낮은 에너지 여기를 기술하는 데 사용되며, 기본 입자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도 계의 집단적 거동만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포논은 원자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고 고전 음파의 양자화로 설명될 수 있으며, 플라즈몬은 전자나 이온의 개념 없이 전하 밀도와 질량 밀도만으로 정의될 수 있다.
과학 철학의 관점에서 준입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개체인지, 아니면 이론적 구성물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의가 존재한다. 이는 준입자의 집단적 본질과 항등 조건(identity condition)에 관한 문제와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