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준법투쟁(work-to-rule)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집단이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의 규정을 평소보다 엄격히 준수하거나, 근로자가 가진 법적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업무의 능률이나 실적을 저하시켜 사용자에게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집단행동을 말한다. 이는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전통적인 쟁의행위와 달리, 표면적으로는 법규를 준수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로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전 사용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쟁의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된 공익사업 분야에서 자주 활용된다.
유형
준법투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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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준수형(안전투쟁): 근로자들이 평소 잘 지켜지지 않던 안전·보건 관련 법령이나 작업 규칙을 필요 이상으로 엄격히 준수하여 업무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버스 노조가 승객이 앉은 후 출발하거나 앞차를 추월하지 않는 '안전운행'을 실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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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행사형: 다시 적극적 권리행사형과 소극적 권리행사형으로 나뉜다. 적극적 권리행사형은 연차유급휴가나 월차휴가를 집단적으로 동시에 신청하거나, 동시에 화장실·식사시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소극적 권리행사형은 시간외근로 거부, 휴일근로 거부, 정시출퇴근 등 근로자가 가진 거부권을 집단적으로 행사하는 방식이다.
법적 지위와 논쟁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한국 노동법학계와 판례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 온 주제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행위는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때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학설이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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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정상설(현실평가설):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입장으로, '정상적인 업무 운영'이란 법령에 따른 적법한 운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평상시의 운영 상태를 의미한다고 본다. 따라서 평소 관행상 이루어지던 업무 방식(예: 관행적으로 무단횡단하던 안전규정)을 법규에 맞게 엄격히 준수하여 업무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이는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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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상설(규범설): '정상적인 업무 운영'이란 법령과 단체협약 등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는 상태만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 입장에 따르면 법규를 준수하는 행위 자체는 업무를 적법하게 운영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법규 준수를 빙자하여 객관적 요구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 최근 이 입장을 취하는 하급심 판결이 등장하고 있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1990년대 이후 사실정상설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법원은 준법투쟁이 사용자에 대한 주장 관철을 목적으로 하고,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98다34331 등). 이에 따라 준법투쟁은 다른 쟁의행위와 마찬가지로 노동쟁의 조정 신고, 냉각기간 준수, 조합원 찬반투표 등 노동관계법상 절차를 거쳐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준법투쟁은 위법한 쟁의행위로 간주될 수 있으며, 업무방해죄 성립의 위험도 있다.
실제 사례
2025년 4월 30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첫차부터 '안전운행' 방식의 준법투쟁에 돌입하였다. 승객이 앉은 후 출발, 앞차 추월 금지 등의 방법으로 배차 간격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였으나, 노조는 이날 하루만 경고성으로 진행하고 이후 정상운행하였다. 이 외에도 지하철 노조의 '준법운행', 집단 연차휴가 신청, 시간외근로 집단 거부 등이 준법투쟁의 사례로 언급된다.
학술적 논의
준법투쟁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다양한 비판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학자는 준법투쟁이 법을 준수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쟁의행위로 보는 것은, 평소 위법·탈법적인 사업 운영 관행을 '정상'으로 전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법을 준수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준법투쟁이 법적 절차를 회피하면서 실질적인 업무 차질을 유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