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소녀(독일어: Der Tod und das Mädchen)는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첫째는 르네상스 시기 독일 회화와 판화에서 자주 등장한 미술 모티프, 둘째는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가 작곡한 가곡(예술가곡, Lied), 셋째는 동일한 가곡의 선율을 차용한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제14번 D.810의 별칭이다.
1. 미술 모티프로서의 '죽음과 소녀'
'죽음과 소녀'는 르네상스 시기, 특히 독일의 회화와 판화에서 널리 사용된 주제이다. 전형적인 형상은 두 인물, 즉 해골이나 해골 형상으로 의인화된 '죽음'이 젊은 여성('소녀')을 붙잡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이 모티프는 중세의 '죽음의 춤(Danse Macabre)'에서 파생되었으며, 여기에 에로틱한 하위 텍스트(erotic subtext)가 추가된 특징을 지닌다. 독일 화가 한스 발둥 그린(Hans Baldung Grien, 1484~1545)이 이 주제를 여러 차례 작품으로 남겼으며, 그의 1517년작 《죽음과 소녀》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니클라우스 마누엘 도이치(Niklaus Manuel Deutsch I),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에곤 실레(Egon Schiele) 등 여러 예술가가 이 주제를 다루었다.
2. 슈베르트의 가곡 《죽음과 소녀》(D.531)
프란츠 슈베르트가 1817년에 작곡하고 1821년 11월 디아벨리 출판사에서 출판한 가곡이다. 텍스트는 독일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 1740~1815)의 동명 시에서 유래했다. 성악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라단조(D minor)의 도입부로 시작한다. 곡의 구조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은 느리고 조용한(pianissimo, mäßig) 죽음의 음악적 주제를 제시하고, 두 번째 부분은 더 동요된 분위기로 전환되며(piano, etwas geschwinder), 세 번째 부분은 죽음의 노래로 도입부의 템포와 셈여림으로 돌아간다.
3. 슈베르트의 현악사중주 제14번 《죽음과 소녀》(D.810)
슈베르트가 1824년에 작곡한 현악사중주곡으로, 2악장(Andante con moto)에서 위 가곡 《죽음과 소녀》의 선율을 주제로 한 변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별칭으로 불린다. 정식 명칭은 '현악사중주 제14번 라단조 D.810'이다.
4. 기타 현대적 용례
'죽음과 소녀'는 아리엘 도프만(Ariel Dorfman)의 1990년 희곡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와 이를 원작으로 한 1994년 동명 영화(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제목으로도 사용되었다. 다만 이 작품은 위의 미술 및 음악 모티프와 직접적인 내용적 연관성보다는 제목의 상징성을 차용한 것으로, 칠레의 군사독재 시기를 배경으로 한 정치적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