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竹篦)는 불교, 특히 선종(禪宗)에서 수행자를 지도하거나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사용하는 법구(佛具)이다. 한자 '竹'(대 죽)과 '篦'(빗치개 비)로 구성되어 있으며,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불사(佛事) 때에 승려가 손바닥 위를 쳐서 소리를 내어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 쓰는 불구(佛具)로, 두 개의 대쪽을 합하여 만든다. 발음은 [죽삐]이다.
형태와 구조
죽비는 대나무로 만들며, 전체 길이의 약 2/3 정도를 세로로 갈라지게 하고 나머지 1/3은 손잡이로 사용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가운데 빈 틈이 있어 두 쪽을 부딪치면 '딱' 하는 특유의 울림 소리가 난다. 일반적인 죽비보다 특별히 큰 것은 '장군죽비'(將軍竹篦)라고 부른다.
역사
죽비는 인도 불교에서부터 사용된 법구가 아니라,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된 후 선종(禪宗)이 형성되면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연대는 분명하지 않다. 한반도에는 선불교가 전래되면서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나, 그 시기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용도
죽비는 주로 선방(禪房)에서 참선(參禪)할 때 사용된다. 구체적인 용도는 다음과 같다.
- 참선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사용된다.
- 참선 중 졸고 있는 스님이 있을 경우, 방장(方丈)이 그 스님의 어깨를 살짝 쳐서 경책(警策)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때 경책을 받은 스님은 합장 배례하는 것이 예의이다.
- 죽비 소리 자체가 주변의 다른 수행자들이 정신을 다잡는 부수적 효과를 준다.
원불교에서도 각종 법회나 기도, 공부 모임에서 경종, 목탁과 더불어 법요도구로 활용된다.
일본의 죽비
일본 선종에서는 '쿄사쿠'(警策) 또는 '싯페이'(竹箆)라고 부르는 유사한 도구가 사용된다. 한국식 죽비가 뒤에서 어깨를 후려쳐 소리로 정신을 들게 하는 방식이라면, 일본식 쿄사쿠는 몸을 숙인 사람의 앞에서 등을 내리치는 방식이다. 맞는 사람이 먼저 합장하고 허리를 숙이면 방장이 등을 내리치고, 이후 서로 합장을 주고받는다.
기타 의미
죽비(竹篦)는 '대나무로 만든 빗'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며, 동의어로 '대빗'이 있다. 또한 죽비(竹扉)는 '대로 엮어 만든 사립문'을 의미하는 별개의 한자어이다.
비유적 표현
죽비의 쓰임새 때문에, '따끔한 가르침'이나 질타(叱咤)를 요하는 일을 죽비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정치적 맥락에서 '텃밭'의 반대 개념으로 '죽비'를 사용하여, 단순한 지지 기반이 아닌 변화와 각성을 이끄는 힘을 가진 존재를 비유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