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는 주권자나 국가가 법적으로 위법을 범할 수 없으며, 자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이나 형사기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원칙이다. 이는 고전적인 주권 개념에 기초한 것으로, 주권자는 본인의 승인 없이 다른 권력의 관할권에 복속될 수 없다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영미법권에서는 크라운 면책(crown immunity)이라고도 부른다.
국가면제(state immunity)는 이와 유사하되 더 강한 법리로서, 외국 법원에서의 소송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주권면제가 군주 혹은 국가원수가 타국 영역 내에서 관할권 면제를 향유하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국가면제는 그 대상이 전체 국가라는 점에서 개념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국가면제는 국가주권을 근거로 하므로 양 개념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역사적 배경
주권면제의 기원은 군주가 법원을 설치하는 권한의 역사적 기원에서 비롯된다. 법원은 군주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이므로, 그 법원이 군주를 구속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성립하지 못하였다. 이 원칙은 흔히 "rex non potest peccare"(왕은 잘못을 범할 수 없다)라는 법언으로 표현된다.
형식
주권면제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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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면책(immunity from suit): 주권자·국가원수가 직접 당사자가 되거나 부재중(in absentia) 또는 대표를 통한 형태에서 피고가 되거나 법원 절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재판정 또는 각종 심판소의 판정에 따른 손해배상 등 이에 준하는 절차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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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면책(immunity from enforcement): 개인이 주권자·정부에 승소하더라도 그 판결을 강제로 집행할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면제의 포기
국가 기관의 주권면제는 포기(waiver)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 사전에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
- 면제를 주장하지 않은 채 소송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
- 소송에서 피고로서 관할권에 응하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
- (면제를 주장할 목적 이외의) 소송에 참가하거나 관련 조치를 취하는 경우
절대적 면제와 제한적 면제
전통적으로 주권면제는 절대적 원칙으로 인정되어 왔으나, 현대에 와서 국가의 상업적 활동 등에 대해서는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제한적 면제 이론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의 입법과 판례, 그리고 2004년 UN의 「국가 및 국유재산의 관할권 면제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아직 발효되지 않음)을 중심으로 국제법상 면제의 예외 범위에 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
주요 국가별 현황
중국: 전통적으로 절대적 주권면제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2023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외국국가면제법」을 통과시켜 제한적 면제 체제로 전환하였다.
미국: 연방정부는 주권면제를 가지며, 「연방불법행위청구법」과 「터커법」 등에 의하여 제한적 범위에서 면제를 포기하고 있다. 각 주(州)는 수정 헌법 제11조에 따른 주권면제를 가진다.
영국: 1947년 「군주정부소송법」 제정으로 크라운(정부)을 상대로 한 소송이 원칙적으로 가능해졌으나, 군주 개인은 여전히 형사·민사 절차에서 면제를 유지한다.
대한민국: 한국 법원은 전통적으로 절대적 면제설을 취하다가 대법원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2000년경)에서 제한적 면제설로 입장을 변경한 바 있다.
국제법상 의의
주권면제는 국제법상 국가평등의 원칙(par in parem non habet imperium - 동등자는 동등자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지지 않는다)에 기초한 핵심 원칙이다. 다만 국가의 상업 활동, 인권 침해 등에 대하여 면제가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