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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일의성

존재의 일의성(一義性, 라틴어: univocitas entis, 영어: univocity of being)은 서양 존재론의 핵심 개념으로, '존재'라는 말이 모든 존재자들에게 동일한 하나의 의미로 언명된다는 철학적 명제를 가리킨다. 이는 존재가 다의적(多義的)이라고 보는 입장이나 유비적(類比的)이라고 보는 입장과 대립하는 개념이다.

역사적 전개

존재의 일의성 개념은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13세기 스코투스 학파의 대표 철학자인 둔스 스코투스(Duns Scotus, 1266년~1308년)에 의해 서구 철학사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스코투스는 신(하느님)과 피조물이 모두 '존재'라는 동일한 개념으로 서술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신과 피조물 사이에 무한한 존재론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라는 개념 자체는 유한자와 무한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일의적 개념이라고 보았다. 이는 신에 대한 자연적 인식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였다.

스코투스의 일의성 이론은 실재의 차원에서 신과 피조물의 공통성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그는 일의성 이론을 통해 신과 피조물의 차이를 부정하려 한 것이 아니라, 양자를 공통된 관점에서 사유할 수 있는 개념적 바탕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스피노자와 니체로의 확장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존재의 일의성 개념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스피노자에게 있어 단 하나의 실체(substance)가 존재하며, 모든 양태(mode)는 이 실체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의미로 언명된다. 실체는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이고 양태는 '다른 것 안에 있는 것'이라는 존재 방식의 차이가 있음에도, '존재 자체'는 실체와 양태 모두를 통해 동일한 의미에서 언명된다는 것이 스피노자 존재론의 핵심이다.

19세기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영원회귀 개념을 통해 존재의 일의성을 생성의 차원에서 재해석하였다. 니체에게 영원회귀는 '생성의 존재'로서, 차이나는 것들(힘에의 의지)을 통해 언명되는 유일한 동일성으로 이해된다.

들뢰즈의 수용과 현대적 의의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존재의 일의성 개념을 자신의 '차이의 존재론'의 핵심 원리로 삼았다. 들뢰즈에게 있어 "존재론적 명제는 하나밖에 없었다. '존재는 일의적이다'라는 명제가 그것이다." 그는 둔스 스코투스, 스피노자, 니체를 존재의 일의성 사상의 세 역사적 단계로 제시하였다. 들뢰즈에게 존재의 일의성이란 존재가 단 하나의 같은 의미에서, 그러나 자신의 모든 개체화하는 차이들을 통해 언명된다는 점에 있다. 즉, 존재는 모든 존재자들에게 공통적이면서도 동시에 각 존재자의 차이를 긍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유비 및 다의성과의 관계

서양 존재론의 역사에서 존재와 존재자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존재의 다의성(equvocity of being)'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는 여러 가지로 말해진다"는 명제에서 비롯되며, 존재의 범주들이 서로 불연속적이고 통약 불가능하다고 본다. 둘째, '존재의 유비성(analogy of being)'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에 의해 체계화되었으며, 존재는 일의적이지도 다의적이지도 않으며 유비적 관계를 맺는다고 본다. 셋째, '존재의 일의성'은 이 두 입장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존재의 일의성은 존재의 위계적 분배(정착적 분배)를 거부하고, 모든 존재자가 동일한 존재의 의미 아래에서 차이를 지닌 채 존재한다는 유목적 분배의 관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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