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년 6월 8일 ~ 1896년 8월 13일)는 영국의 화가이자 삽화가로,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의 창립 멤버이다. 정식 명칭은 제1대 준남작 존 에버렛 밀레이 경(Sir John Everett Millais, 1st Baronet)이다.
생애
밀레이는 1829년 잉글랜드 햄프셔주 사우샘프턴에서 출생하였다. 부친 존 윌리엄 밀레이(John William Millais)는 저지섬 출신의 유복한 신사였으며, 모친은 메리 에밀리 에바미(Mary Emily Evamy)였다. 밀레이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보여, 9세에 왕립예술협회(Society of Arts)에서 은메달을 수상하였고, 11세의 나이로 왕립미술원 부설 학교(Royal Academy Schools)에 역대 최연소 학생으로 입학하였다. 1843년에는 고대 조각 소묘 부문에서 은메달을, 1847년에는 회화 《실로의 딸들을 납치하는 베냐민 지파》(The Tribe of Benjamin Seizing the Daughters of Shiloh)로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1848년, 밀레이는 윌리엄 홀먼 헌트(William Holman Hunt),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와 함께 라파엘 전파를 결성하였다. 이들은 라파엘로 이후 아카데미 회화가 지나치게 형식화되고 타성에 젖었다고 보고, 중세 및 초기 르네상스 미술의 진지함과 자연에 대한 충실한 관찰로 회귀할 것을 주창하였다. 라파엘 전파는 런던 고워 가 83번지(현재 7번지)에 위치한 밀레이의 친가에서 공식 창립되었다.
1855년, 밀레이는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아내였던 에피 그레이(Effie Gray)와 결혼하였다. 에피 그레이는 러스킨과의 혼인이 무효화된 후 밀레이와 재혼하였으며, 이 결혼은 당시 빅토리아 시대 사회에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 사이에는 8명의 자녀가 있었다.
밀레이는 1885년 준남작(Baronet) 작위를 받았으며, 1896년에는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총장 취임 직후인 1896년 8월 13일, 후두암으로 런던에서 사망하였다. 그의 유해는 세인트폴 대성당에 안장되었다.
작품 세계
밀레이의 초기 라파엘 전파 작품은 종교적·문학적 주제를 세밀한 자연 묘사와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1850년 작품 《부모 집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in the House of His Parents)는 성가족을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평범한 모습으로 묘사하여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찰스 디킨스를 비롯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신성모독적이라 비판하였다.
그러나 밀레이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1851~1852년에 제작된 《오필리아》(Ophelia)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아의 죽음을 묘사한 이 그림은 라파엘 전파의 자연주의적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밀레이는 이 작품을 위해 수개월간 강가에서 실제 식물과 풍경을 관찰하며 세밀하게 묘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성 바돌로메 축제날의 위그노》(A Huguenot on St Bartholomew's Day, 1851~1852), 《마리아나》(Mariana, 1851), 《석방 명령》(The Order of Release, 1852~1853), 《눈먼 소녀》(The Blind Girl, 1856), 《평온의 골짜기》(The Vale of Rest, 1858), 《검은 브라운슈바이크인》(The Black Brunswicker, 1860), 《에스더》(Esther, 1865), 《바네사》(Vanessa, 1868), 《무르익은 버찌》(Cherry Ripe, 1879) 등이 있다.
밀레이는 후기로 갈수록 라파엘 전파의 엄격한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 보다 폭넓은 양식을 수용하였다. 또한 삽화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였으며, 당대 저명 인사들의 초상화도 다수 제작하였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미술사가들은 밀레이의 후기 작품을 상업적이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수십 년간의 연구에서는 그의 후기 작품이 19세기 후반 미술계의 폭넓은 변화와 진보적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미술사적 의의
존 에버렛 밀레이는 라파엘 전파의 가장 대표적인 화가로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은 세밀한 자연 관찰, 문학적·역사적 주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 그리고 풍부한 색채와 정교한 구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왕립미술원 총장직에 오를 만큼 제도권에서도 인정받았으며, 라파엘 전파의 이상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