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밴빌(John Banville, 본명 윌리엄 존 밴빌, 1945년 12월 8일 ~ )은 아일랜드의 소설가이자 극본 각색가, 영화 각본가이다. 아일랜드 웩스퍼드에서 태어났으며, '벤저민 블랙'(Benjamin Black)이라는 필명으로도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밴빌은 웩스퍼드의 세인트 피터스 칼리지를 졸업한 뒤 대학에는 진학하지 않았고, 아일랜드 국영 항공사인 에어링구스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1969년부터 《아이리시 프레스》에서 교정 편집자로 일했으며, 1988년부터 1999년까지 《아이리시 타임스》의 문학 편집자로 활동했다.
그의 문학적 경력은 1970년 단편집 《롱 랭킨》(Long Lankin)의 출간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첫 장편소설 《나이트스폰》(Nightspawn)을 발표했으나, 작가 자신이 이 작품을 부정하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밴빌의 주요 작품 세계는 과학과 예술을 주제로 한 3부작 시리즈로 특징지어진다. 과학자를 다룬 '과학 3부작'(닥터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 레터)과 '프레임 3부작'(증거의 책, 고스트, 아테나), 그리고 '클리브 3부작'(이클립스, 슈라우드, 에인션트 라이트) 등이 그의 대표적인 연작으로 꼽힌다. 아일랜드 독립기념일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혁명 3부작'으로도 불린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학자들에 따라 시리즈를 묶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밴빌은 2005년 소설 《바다》(The Sea)로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외에도 197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을 비롯해 2011년 프란츠 카프카상, 2013년 오스트리아 유럽문학 국가상, 2014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공주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2007년 왕립문학학회(Royal Society of Literature) 펠로우로 선출되었으며, 2017년에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이탈리아 스텔라 훈장(Ordine della Stella d'Italia)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의 작문 스타일은 정밀하고 차가운 필치, 나보코프적인 발상, 그리고 아이러니하고 어두운 유머로 평가받는다. 비평가들은 그를 "프루스트의 계승자, 나보코프 경유"라고 묘사하기도 하며, 새뮤얼 베케트 이후의 문학적 진보를 이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로 꼽는 견해도 존재한다. 밴빌 자신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와 헨리 제임스를 자신의 작품에 실제적인 영향을 준 두 인물로 언급한 바 있다.
밴빌은 2006년부터 '벤저민 블랙'이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 이름으로 발표한 《크리스틴 폴스》(Christine Falls)를 시작으로 1950년대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병리학자 퀴어크(Quirke) 시리즈를 썼으며, 이후 일부 작품은 자신의 본명으로도 출간되었다. 2014년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탐정 캐릭터 필립 말로를 다룬 소설 《검은 눈의 금발》(The Black-Eyed Blonde)도 발표했다. 2020년에는 'B. W. 블랙'이라는 필명으로 영국 공주 엘리자베스와 마거릿을 소재로 한 대체역사 추리소설 《시크릿 게스트》(The Secret Guests)를 출간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애와 관련하여, 밴빌은 1969년 미국 출신의 직물 예술가 재닛 던햄과 결혼했으나 이후 부부 사이에 별거와 이혼 없는 이별이 있었으며, 던햄은 2021년 사망했다. 밴빌은 파트리샤 퀸과 사이에서 자녀를 두었고, 전체적으로 네 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형 빈센트 밴빌 역시 소설가로 활동했다.
또한 밴빌은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당일, 스웨덴 아카데미의 전화번호로 걸려온 가짜 수상 통보 전화를 받고 잠시 수상 사실을 믿었으나 실제로는 장난 전화였던 사건의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사건을 악의적인 사기극으로 보고 스웨덴 아카데미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밴빌은 1990년부터 미국의 문예지 《뉴욕 리뷰 오브 북스》(The New York Review of Books)에 정기적으로 기고해 왔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바다》, 《닥터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증거의 책》, 《고스트》, 《아테나》, 《더 언터처블》 등이 꼽히며, 여러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어 국내에서도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