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래컴(John Rackham, 1682년경 ~ 1720년 11월 18일)은 18세기 초 카리브해 일대, 특히 바하마와 자메이카 해역에서 활동한 영국계 해적이다. 흔히 '캘리코 잭'(Calico Jack)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 별명은 당대의 1차 사료에는 등장하지 않으며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생애와 활동
래컴의 출생과 초기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의 성(姓) '래컴'은 영국 노퍽·서퍽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나, 출생지와 성장 과정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1724년 찰스 존슨이 저술한 《해적의 일반사》(A General History of the Pyrates)에 따르면, 래컴은 처음에 해적 찰스 베인의 휘하에서 활동하다가 1718년 11월경 선원 투표를 통해 베인을 축출하고 선장이 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 서술은 신뢰성이 높지 않은 문헌에 의존한 것으로, 실제 래컴이 베인과 연관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래컴이 역사 기록에 확실히 등장하는 것은 1720년 8월 22일, 나소 항구에서 상인 존 햄 소유의 슬루프선 '윌리엄'호를 탈취한 사건부터이다. 이때 래컴의 선원에는 여성 해적인 앤 보니와 메리 리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래컴 일당은 자메이카 북부 해안 일대에서 어선과 소형 상선을 약탈하며 약 두 달간 해적 활동을 이어갔다.
체포와 처형
1720년 10월 22일, 전 영국 사략선장 조너선 바넷이 이끄는 선박이 네그릴 인근 해역에서 래컴의 슬루프를 발견하고 교전을 벌였다. 래컴 일당은 항복했으며, 자메이카 스패니시타운으로 이송되어 해적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래컴은 1720년 11월 18일 자메이카 포트로열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그의 머리는 참수되어 포트로열 입구의 작은 섬에 효수되었으며, 이 섬은 이후 '래컴의 섬'(Rackham's Cay)으로 불리게 되었다.
'캘리코 잭' 별명과 해적기
'캘리코 잭'이라는 별명은 옥양목(calico) 천으로 만든 옷을 즐겨 입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으나, 이는 후대의 추정에 기반한 것이다. 래컴의 재판 기록이나 당대 신문에는 이러한 별명이 등장하지 않으며, '캘리코 잭'이라는 명칭이 문헌에 처음 나타난 것은 1728년 《해적의 일반사》 제2권에서이다. 따라서 이 별명이 래컴 생전에 실제로 사용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또한 래컴이 '해골과 교차된 칼' 문양의 해적기(졸리 로저)를 만들었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으나, 재판 기록에는 그의 선박이 '흰색 페넌트'를 달고 있었다는 언급만 있을 뿐이며, 이 해적기 문양이 래컴과 연관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이다.
역사적 의의와 대중문화
래컴의 해적 활동 기간은 약 61일에 불과하고 노획한 선박도 많지 않았으나, 여성 해적 앤 보니와 메리 리드를 선원으로 두었다는 점과 후대에 형성된 그의 이미지 덕분에 해적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어쌔신 크리드 IV: 블랙 플래그》, 드라마 《블랙 세일즈》, 《아워 플래그 미인즈 데스》 등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에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