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당처물동굴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용암 동굴이다. 1996년 천연기념물 제384호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구성하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한다.
길이 110m, 폭 5.5~18.4m, 높이 0.3~2.7m의 소형 동굴이며, 내부는 사다리꼴 또는 방패 모양의 횡단면을 보인다. 약 32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4년 동굴 지상의 사구 지대에서 경작지를 정비하는 과정 중에 동굴 측벽이 무너지면서 처음으로 입구가 발견되어 진입이 가능해졌다. 그 이전에는 입구가 없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 동굴의 가장 큰 학술적 특징은 용암 동굴이면서도 석회 동굴의 특성을 함께 보인다는 점이다. 동굴 지상에 분포하는 패사층(조개껍질 모래층)을 통과한 빗물에 용해된 탄산염이 동굴 내부로 스며들어 침전되면서, 용암 동굴 생성물(용암 종유석, 용암 곡석, 용암 선반, 밧줄 구조)과 탄산염 성분의 동굴 생성물(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동굴 산호, 동굴 진주)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의사 카르스트(pseudo-karst)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근의 용천동굴과 더불어 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용암 동굴은 만들어진 직후부터 천장과 벽면의 낙반과 붕괴를 통해 점차 파괴되어 가지만, 당처물동굴은 이러한 탄산염 침전 작용으로 인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동굴이라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동굴 입구는 외부와의 차단을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판 덮개로 밀폐되어 있으며,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보존 관리되고 있다. 입구로부터 10m, 20m, 40m 지점에 낙반에 의한 지형 훼손이 보이나 천장의 낙반 현상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2009년에는 지구 물리 탐사와 시추 조사를 통해 인근에서 길이 180m의 남지미동굴이 발견되었다. 당처물동굴과 남지미동굴은 양끝이 동굴 생성물로 막혀 진입할 수 없을 뿐 서로 연결된 하나의 동굴로 밝혀져, 남지미동굴을 '당처물동굴 II'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