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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적 유물론

제거적 유물론(Eliminative materialism)은 심리철학에서 다루어지는 유물론적 입장 가운데 하나로, 상식적 심리학(민간 심리학, folk psychology)에서 가정하는 정신 상태들의 대부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론적 입장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믿음', '욕망', '의도' 등과 같은 심리적 개념들은 그 기저가 되는 실제적 실재를 갖지 못하며, 따라서 성숙한 심리 과학에서 그러한 개념들이 차지할 자리가 없다고 본다.

개념의 기원과 발전

'제거적 유물론'이라는 용어는 1968년 제임스 콘먼(James Cornma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 기본적인 사상은 C. D. 브로드(Broad)의 저작을 비롯한 더 이른 시기의 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후 윌프리드 셀라스(Wilfrid Sellars), W. V. O. 콰인(Quine), 파울 파이어아벤트(Feyerabend), 리처드 로티(Rorty) 등 20세기 중반의 철학자들이 이 이론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특히 파울 처칠랜드(Paul Churchland)와 패트리샤 처칠랜드(Patricia Churchland) 부부가 1980년대 이후 이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현대 심리철학 논쟁의 중심에 올랐다.

핵심 주장

제거적 유물론의 핵심 주장은 크게 두 가지 전제에 기반한다. 첫째,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개념들은 하나의 이론적 체계, 즉 '상식적 심리학'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둘째, 이 상식적 심리학이 제시하는 정신 상태들(믿음, 욕망 등)은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것과도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거적 유물론자들은 마치 과거에 악마나 수정구(水晶球)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이 과학의 발달로 부정된 것처럼, 상식적 심리학이 가정하는 정신 상태들도 신경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존재가 부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완성된 신경과학이 상식적 심리학의 개념 체계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반대 입장과의 구분

유물론적 입장 내부에서 제거적 유물론과 대비되는 대표적 입장으로 환원적 유물론(reductive materialism)이 있다. 환원적 유물론은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정신 상태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것들이 신경계의 물리적 상태로 환원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제거적 유물론은 정신 상태들이 물리적 상태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이원론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정신이 신체와 별개의 실체라는 이원론적 주장은 거부한다. 즉, 제거적 유물론에 따르면 정신 상태가 환원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비물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상식적 심리학이 기술하는 방식의 정신 상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과 논쟁

제거적 유물론에 대한 주요 비판으로는 자기반박 논증(self-refutation objection)이 있다. 이 비판에 따르면, 제거적 유물론을 주장하는 행위 자체가 믿음의 존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이 이론은 자기모순적이다. 또한 상식적 심리학이 인간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왔다는 점을 근거로, 그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론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 외에도 정신 상태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신 정신 상태 개념이 과학적 분류 체계에 부적합하다는 '종류 해체주의'(kind dissolutionism)와 같은 변형적 입장들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의의

제거적 유물론은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 논의에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한 이론으로, 심리철학, 인지과학, 신경철학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논쟁을 촉발하였다. 이 이론이 옳은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것은 상식적 심리학의 지위와 심리학적 개념들의 존재론적 근거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철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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