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봉(鄭始鳳, 1916년 12월 7일 ~ 1996년 12월 1일)은 대한민국의 기업인이자 정치인이다. 경기도 평택군 고덕면 출생으로, 광복 직후 동대문 지역 청년단체인 국민회 청년단(국청)의 간부를 지냈다. 이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일대에서 재봉기 등을 취급하는 사업가로 활동하였고, 신설동 로터리 일대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여 동화빌딩, 동진회관 등을 건립하였다. 이후 건축자재 업체인 동화식산(동화특수합판)을 운영하며 사업 규모를 확장하였다.
정시봉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동대문종합시장의 설립이다. 그는 신설동 부동산 개발로 축적한 자본을 바탕으로 서울시로부터 옛 노면전차 차고지 부지를 불하받아, 1970년 12월 23일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현대식 쇼핑센터인 동대문종합시장을 개관하였다. 이 시장은 냉난방 공조설비와 스프링쿨러를 갖춘 현대식 시설로, 박정희 대통령과 양택식 서울시장이 개관식에 참석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동대문종합시장은 인근에 위치한 동대문 고속버스터미널과 연계되어 전국 각지의 의류 도소매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동대문 지역이 의류 및 패션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1982년에는 시장 북쪽에 동대문쇼핑타운을 추가로 건립하였다.
정시봉은 정치인으로도 활동하였다.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국민당 전국구 국회의원(제2번)으로 당선되었고, 한국국민당에서 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1987년 한국국민당을 탈당하여 민주정의당에 입당하였으며,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신민주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제2번)으로 당선되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하자 이에 참여하였다. 또한 한국시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며 재래시장 근대화와 상인 교육, 정찰제 도입 등 유통업계 현안에 대한 활동을 펼쳤다.
그의 사업은 장남 정승소 회장이 가업을 이어받아 동승그룹으로 발전시켰으며, 2014년 흥인지문 인근에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 개관하였다. 정시봉은 1996년 12월 1일 향년 80세로 사망하였으며,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방축리 선영에 안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