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자량 헤파린(Low-molecular-weight heparin, LMWH)은 항응고제에 속하는 약물 클래스이다. 혈전의 생성을 예방하고 정맥혈전색전증(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심근경색의 치료에 사용된다.
정의 및 구조
헤파린은 자연에 존재하는 다당류로서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자연 상태의 헤파린은 5,000~40,000 Da(달톤)에 이르는 다양한 분자량의 사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저분자량 헤파린은 짧은 다당류 사슬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평균 분자량이 8,000 Da 미만이고 전체 사슬 중 최소 60%의 분자량이 8,000 Da 미만인 헤파린으로 정의된다. 저분자량 헤파린은 중합체 상태인 헤파린의 분획 또는 해중합(탈중합) 등의 방법을 통해 제조된다.
작용 기전
혈액응고 연쇄반응은 혈관 손상 시 과도한 출혈을 막기 위한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원치 않는 혈전이 형성될 수 있다. 저분자량 헤파린은 세린단백질분해효소 억제 물질인 안티트롬빈(AT)에 오당류 서열을 통해 결합하여 혈액응고 과정을 억제한다. 저분자량 헤파린이 안티트롬빈에 결합하면 안티트롬빈의 형태가 변화하며, 활성화된 X인자(Xa인자)를 억제하는 속도가 증가한다. 이후 안티트롬빈에서 해리된 저분자량 헤파린은 다시 다른 안티트롬빈 분자에 결합하여 더 많은 Xa인자를 억제할 수 있다. 미분획 헤파린(UFH)과 달리, 저분자량 헤파린에 의해 활성화된 안티트롬빈은 트롬빈(IIa인자)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직 Xa인자만 억제한다.
미분획 헤파린과의 차이
미분획 헤파린(UFH)과 저분자량 헤파린(LMWH)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미분획 헤파린의 평균 분자량은 약 15,000 Da인 반면, 저분자량 헤파린은 약 4,000~5,000 Da이다. 저분자량 헤파린은 혈장 단백질과의 결합이 적어 생체이용률이 높고(피하투여 시 90% 이상), 항응고 효과가 보다 예측 가능하여 정기적인 aPTT(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다. 반감기가 길어 하루 1~2회 투여로 효과적이며, 출혈 위험과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HIT), 골다공증의 발생 위험이 미분획 헤파린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저분자량 헤파린은 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되므로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의학적 사용
피하 투여가 가능하고 aPTT 모니터링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저분자량 헤파린은 외래 환자에서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 치료 목적으로 처방이 가능하다. 약동학과 항응고 효과가 보다 예측하기 용이하므로 대량의 폐색전증 또는 심부정맥혈전증 환자의 초기 치료에서 미분획 헤파린보다 사용이 권장된다. 입원 환자에서 예방적으로 저분자량 헤파린을 사용할 경우 정맥혈전색전증, 특히 폐색전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에서 항응고제로서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과 함께 투여되기도 한다. 암 환자는 정맥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이 높으며, 저분자량 헤파린이 이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악성 종양과 급성 정맥혈전색전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달테파린이 와파린보다 재발성 색전 발생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금기증과 부작용
저분자량 헤파린, 헤파린, 아황산염, 벤질 알코올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 현재 주요 출혈이 있는 환자, 헤파린 유도 저혈소판증(HIT)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뇌나 위장관 등의 급성 출혈은 고용량 치료의 금기증이다. 크레아티닌 청소율(CrCl)이 30 mL/min 미만인 중증 신부전 환자에서는 저분자량 헤파린의 생물학적 반감기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출혈, 알레르기 반응, 주사 부위 반응, 간기능 검사 효소 수치의 증가가 있다. 헤파린 유도 저혈소판증(HIT)은 1형(비면역, 가역적)과 2형(면역 매개, 중증)으로 구분되며, 발생률은 미분획 헤파린 투여 환자의 약 5%, 저분자량 헤파린 투여 환자의 약 1%로 추정된다.
제품 종류
시판 중인 저분자량 헤파린 제품으로는 에녹사파린(enoxaparin), 달테파린(dalteparin), 틴자파린(tinzaparin), 나드로파린(nadroparin), 파르나파린(parnaparin), 레비파린(reviparin), 베미파린(bemiparin), 세르토파린(certoparin) 등이 있다. 각 제품은 분자량, 항-Xa 활성 대 항-IIa 활성 비율, 약동학적 특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을 임상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치료 중 다른 저분자량 헤파린으로의 전환은 권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