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불량성빈혈(再生不良性貧血, aplastic anemia)은 골수 내 조혈모세포의 손상으로 인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의 생산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이다. 골수부전성 빈혈, 무형성빈혈이라고도 불린다.
정의 및 병태생리
정상적인 골수는 조혈모세포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의 혈구를 생성한다. 재생불량성빈혈에서는 조혈모세포의 수가 감소하고 기능이 저하되어 혈액 내 모든 종류의 혈구가 부족한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이 나타난다. 골수 검사에서는 골수 충실도가 감소하고 골수 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된 소견이 관찰된다.
발생 빈도
서양에서는 연간 인구 100만 명당 약 2명의 발생 빈도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서양보다 발생 빈도가 약 2~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국내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는 연간 100만 명당 약 5.16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흔하며 노년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원인
원인은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구분된다. 선천성 재생불량성빈혈은 비교적 드물며, 판코니 빈혈, 선천성 이상각화증, 슈와크만-다이아몬드 증후군 등의 질환에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다. 후천성 재생불량성빈혈의 원인으로는 방사선 노출, 벤젠 등 독성 화학물질에의 장기간 노출, 특정 약물(클로람페니콜, 카바마제핀, 페니토인 등), 바이러스 감염, 간염, 자가면역질환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사례의 약 절반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며, 이러한 경우를 특발성 재생불량성빈혈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생불량성빈혈은 후천성·특발성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
주요 증상은 혈구 감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적혈구 감소로 인해 무기력감, 피로, 두통, 창백, 활동 시 호흡곤란, 심계항진 등이 나타난다. 혈소판 감소로 인해 출혈반점, 멍, 코피, 잇몸출혈, 월경과다 등 출혈성 경향이 나타난다. 백혈구(특히 호중구) 감소로 인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발열, 오한 등의 감염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치명적인 감염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
말초혈액검사에서 범혈구감소증이 확인되고, 골수 검사에서 세포충실도의 감소가 확인되면 진단할 수 있다. 원인 감별을 위해 염색체 검사, 바이러스 검사, 비타민 B12 및 엽산 농도 검사,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 관련 검사 등이 추가로 시행될 수 있다. 중증도는 범혈구감소증의 정도에 따라 비중증, 중증, 초중증으로 구분된다.
치료
치료는 질병의 중증도와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비중증인 경우 경과를 관찰하며 자연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중증 또는 초중증인 경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50세 이하의 중증 환자에서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 형제 공여자가 있는 경우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이 1차 치료로 고려된다. 형제 공여자가 없거나 고령인 경우에는 항흉선글로불린(ATG)과 사이클로스포린을 병용하는 면역억제치료가 표준 치료로 시행된다. 면역억제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비혈연 공여자로부터의 조혈모세포이식이나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치료 성적은 이식의 경우 형제간 이식에서 약 90~95%의 성공률이 보고되며, 면역억제치료는 약 40~70%의 환자에서 혈액 수치의 호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후
치료되지 않은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약물 치료 또는 줄기세포이식을 통한 치료 시 5년 이상 생존률은 약 70% 수준이며, 나이가 어릴수록 생존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