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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사회적 모델

장애의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은 장애인이 사회에 참여하는 데 제약을 받는 원인이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impairment)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낸 체계적인 장벽, 부정적인 태도, 사회적 배제에 있다고 보는 이론적 관점이다. 이 모델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영국과 북미의 장애인 인권운동에서 등장하였으며, 장애를 개인의 결함이나 비극으로 보는 전통적인 의학적 모델(Medical Model of Disability)에 대한 비판으로 발전하였다.

핵심 개념

장애의 사회적 모델은 '손상(impairment)'과 '장애(disability)'를 개념적으로 구분한다. 손상은 개인의 신체적·감각적·지적 기능의 차이나 결손을 의미하는 반면, 장애는 사회가 손상이 있는 사람들의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조직됨으로써 발생하는 활동의 제약이나 불이익을 가리킨다. 즉, 장애는 개인의 몸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낸 억압의 결과로 본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가 계단이 있는 건물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개인의 신체적 조건 때문이 아니라,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은 사회적·환경적 장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

1970년대 영국의 장애인 단체인 '격리에 반대하는 신체장애인 연합(UPIAS, Union of the Physically Impaired Against Segregation)'은 1975년과 1976년의 문서에서 "신체장애인을 불구로 만드는 것은 사회이다"라고 선언하며 장애의 사회적 해석을 제시하였다. 1983년 영국의 장애학자 마이클 올리버(Michael Oliver)는 이 개념을 이론화하여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올리버의 1990년 저서 《장애의 정치》(The Politics of Disablement)는 이 모델의 학술적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후 콜린 반스(Colin Barnes), 빅 핀켈스타인(Vic Finkelstein) 등에 의해 이론이 체계화되었다.

구성 요소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유발하는 장벽을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 태도적 장벽: 장애인의 잠재적 삶의 질을 과소평가하거나 특정 정신적 특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 사회적 지원의 부족: 평등한 접근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 보조기구, 합리적 편의제공의 결여.
  • 정보 접근성의 문제: 점자, 수어, 쉬운 언어 등 적절한 형식의 정보 제공 부재.
  • 물리적 구조의 문제: 계단, 좁은 통로, 접근 불가능한 대중교통 등 환경적 장벽.

영향과 적용

이 모델은 장애인 권리 운동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으며, 각국의 법률과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장애인법(ADA, 1990), 영국의 장애인 차별 금지법(DDA, 1995) 및 평등법(Equality Act, 2010),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UN CRPD, 2006) 등은 사회적 모델의 원칙을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 통합 교육, 합리적 편의제공 등의 개념이 이 모델에 기반하여 발전하였다.

비판과 논쟁

사회적 모델에 대한 주요 비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손상 자체의 경험, 특히 통증이나 만성 질환과 같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간과한다는 지적이 있다. 페미니스트 장애학자 제니 모리스(Jenny Morris)와 캐롤 토머스(Carol Thomas)는 사회적 장벽이 제거되어도 여전히 남는 손상의 개인적 경험을 '손상 효과(impairment effects)'라는 개념으로 포착할 것을 주장하였다.

둘째, 신체적 손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정신 건강 상태나 학습 장애 등 다른 형태의 장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셋째, 손상과 장애의 엄격한 이분법이 현실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손상 또한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셸리 트레마인(Shelley Tremain)과 같은 후기구조주의 학자들은 손상 개념 자체가 사회적 담론과 권력 관계에 의해 구성된다고 비판한다.

넷째, 장애인의 나이,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의 교차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여 장애의 긍정 모델(Affirmation Model), 사회구성주의 모델(Social Constructionist Model), 서사적 접근(Narrative Approach) 등 다양한 보완적 이론이 발전하였다. 마이클 올리버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사회적 모델이 장애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한 실용적인 도구로 의도되었다고 응답하였다.

한국에서의 논의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 학계와 장애인 운동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2007년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 2019년 장애 등급제 폐지 등은 사회적 모델의 영향을 받은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의학적 모델이 장애 정책과 인식의 지배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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